축구 잡담 17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s 도르트문트 후기

를 가장한 선수 찬양글이다. 바쁜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짧고 간략하게 쓰는 점 양해 바란다. 사실 이번 경기는 후기를 스킵하려고 했으나, 한 선수의 활약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완벽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 선수는 바로 앙투안 그리즈만이다.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칭찬은 무궁무진하지만,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경기의 거의 모든 플레이에 관여하는 경이로운 영향력 스타팅 포지션 상으로는 투톱의 한 자리로 나선 그리즈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의 포지션을 정의할 수 없다. 그는 경기장 전역을 마치 자신의 집 안방처럼 자유롭게 누비며 많은 활동량과 효율적인 동선으로 팀이 필요로 하는 모든 때와 장소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해야할 플레이를 정확하게 수행한다. 그의 경기를 집중해서 본 사람은 모..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아스날 vs 바이에른 뮌헨 후기

많은 축구 팬들이 기다려왔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이 오늘 막을 올렸다. 특히 서사와 재미 등 모든 측면에서 8강 최고의 대결로 기대가 집중되는 아스날과 바이에른 뮌헨의 대결이 치러졌다. #기세 아스날은 올라가는 팀이며, 바이언은 내려가는 팀이다. 그동안의 오랜 암흑기를 극복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진출한 아스날은, 리그에서도 우승 경쟁을 이어나가며 명실상부 현재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올라섰다. 반면 바이언은 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으나 감독의 무능과 그에게 과분한 신뢰를 준 보드진의 실책으로 인해 매우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탑을 향하는 언더독과 언더로 추락하지 않으려는 탑독의 흥미진진한 맞대결이다. #복수 또한 이 대결에는 큰 서사가 있다. 아스날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

마누엘 노이어가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인 이유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마누엘 노이어가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이유 일반적으로 선방이라는 행위를 중점으로 볼 때 골키퍼는 축구의 모든 포지션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수동적이며,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은 포지션이다. 왜냐? 플레이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필드 플레이어와 다르게, 골키퍼는 상대가 슛을 차면 그것을 막아낸다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상대가 슛을 하지 않으면(정확히는 '못하면') 골키퍼의 역할은 없다. 따라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렇기 때문에 동 포지션 선수끼리의 실력 격차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잘하는 골키퍼와 못하는 골키퍼의 차이는 쉽게 느껴질지..

축구 잡담 2024.03.13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 미친 영향력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 미친 영향력 (참고: 마라도나는 1960년생) 1975년 (마라도나 데뷔 이전) 메트로폴리타노 (전기 리그) 20팀 중 19위 (38경기 8승 9무 21패 46득 70실) 마라도나 0경기 출전 나시오날 (후기 리그) 그룹 B 8팀 중 3위 (16경기 9승 2무 5패 35득 35실) 마라도나 0경기 출전 1976년 (마라도나 데뷔 시즌) 메트로폴리타노 그룹 B 11팀 중 10위 (22경기 5승 4무 13패 27득 43실) 강등 그룹 10팀 중 7위 (9경기 0승 8무 1패 11득 15실) 마라도나 0경기 출전 나시오날 그룹 D 9팀 중 4위 (18경기 7승 3무 8패 26득 27실) 마라도나 11경기 2골 리그 총 11경기 2골 3어시스트 1977년 (마라도나 2년..

축구 잡담 2023.03.20

1982-83 유로피언 컵 결승전 함부르크 SV vs 유벤투스 후기

"거장이 신화가 되는 순간" 축구는 공정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다. 애시당초 싸움이라는게 기울어진 판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스포츠는 특이하게도 그 불공정한 싸움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허상을 만든다. 그렇기에 축구가 평등해보이게 하는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따위의 좋은 포장들을 벗겨낸다면, 승부는 한 쪽에 쏠려있기 마련이며, 돈을 걸어도 양쪽 배당이 다르다. 물론 가끔씩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고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잡는 '이변'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예상하기 힘들었던 결과의 놀라움이거나, 언더독에 이입되는 심리 등 극적인 결과에서 나오는 격한 감정에 불과하다. '이변'이 '이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 그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걸까. 다소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완..

커리어 통산 경기당 득점이 가장 높은 선수

마리우 지 카스트루 Mário de Castro 아틀레치쿠 미네이루 (1926~1931) 100경기 195골 5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뛰며 통산 100경기 195골을 득점했고 커리어 통산 경기당 1.95득점은 세계 최고 기록이다. 캄페오나투 미네이루(미나스제라이스 주 리그)에서 3회(1926, 1927, 1931) 우승했고 그 중 1926년과 1927년에는 득점왕까지 차지했으며, 1928년과 1931년에는 미나스제라이스 주 컵 대회를 우승했다. 이 선수가 왜 26살에 은퇴했느냐 하면, 비극적인 사고가 그 원인이다. 그의 마지막 경기였던 빌라 노바와의 경기에서 아틀레치쿠는 0-3으로 뒤처졌으나 후반전 디 카스트루의 4골로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후 빌라 노바의 팬이 아틀레치쿠의 감독에게..

축구 잡담 2023.01.19

축구 황제, 펠레를 떠나보내며

Edson Arantes do Nascimento, Pelé 1940년 10월 23일, 브라질의 트레스 코라송스에서 태어난 소년은 15세의 나이에 프로 축구선수가 되고 그때부터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간다. 완벽하고, 모든 인간들보다 우월한 재능.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든지 꺾는 활약. 역시나 완벽하고,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업적. 그것은 신화이고, 축구 그 자체이다.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 우승 10회 브라질 전국 리그 우승 6회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2회 인터콘티넨탈 컵 우승 2회 토르네이우 리우 - 상 파울루 우승 4회 인터콘티넨탈 슈퍼 컵 우승 1회 북미 축구 리그 애틀랜틱 컨퍼런스 챔피언십 우승 1회 북미 축구 리그 사커볼 우승 1회 FIFA 월드컵 우승 3회 코파 아메리카 우승 1회 캄페오..

축구 잡담 2022.12.31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결산 - 베스트 팀, 개인 수상

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약 한 달간의 여정 끝에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축구에서 월드컵이 가지는 큰 의미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대회였다. 나 또한 이 대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생각들을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하나씩 자세히 풀기 전에, 가장 먼저 대회의 총 결산을 할 것이다. 우선 대회 최고의 선수들에 대해 논해보겠다. 월드컵을 빛낸 최고의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들은 큰 논쟁거리가 된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고, 선정 기관의 전문성도 크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뽑는 상들로 카타르 월드컵 결산 시리즈를 시작해보려 한다. 1. All-Star Team (올스타 팀) 대회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한 올스타 팀이다. 포메이..

고대 아르헨티나의 축구 수준, 당대 최고의 축구 강국은 어디였는가?

국가별로 역대 최고의 선수 순위를 매길 때 유독 아르헨티나가 고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 간단하다. 그때 아르헨티나 리그의 수준이 높았으니까. 그때는 축구의 세계화가 덜 진행되어 대부분의 국가가 제대로 리그를 발전시키지 못한 시대였고 아르헨티나는 높은 수준의 리그를 갖춘 몇 안되는 국가였다. 최고 수준의 리그가 비교적 많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여러 리그에 분포하는) 현대와 다르게 고대는 최고 수준의 리그가 적었기 때문에 주로 자국선수들로 리그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보다 한정된 리그에 집중되어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거의 없이 거의 자국 선수들만 있었는데 어떻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몰려있었냐고? 자국 선수들이 최고 수준 선수라는 집단의 대다수를 차지했으니까. 그 시대에는 ..

축구 잡담 2022.11.28

아르세니오 에리코에 대해 오해하는 이미지

아르세니오 에리코가 참 희한하게도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알려졌다. 이건 엄연히 잘못된 정보다. 그의 플레이를 묘사한 정보들은 그를 매우 기술적인 선수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리코를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고 말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는, 에리코에 대해 "크랙"이라는 다섯 글자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묘기를 부리는 사람, 예술가 등의 단어도 언급했다. 이런 표현은 디 스테파노만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를 찬양하는 어록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그를 테크니션으로 묘사한다. 심지어, 그의 여러 별명 중 하나인 "비르투오소"는 뛰어난 기교를 가진 거장 음악가를 뜻하는 단어이다. 이래도 그가 박스 근처에 머무르며 신체적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전방으로 오는 공을 받아..

축구 잡담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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