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역대 최고의 선수 순위를 매길 때 유독 아르헨티나가 고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 간단하다. 그때 아르헨티나 리그의 수준이 높았으니까. 그때는 축구의 세계화가 덜 진행되어 대부분의 국가가 제대로 리그를 발전시키지 못한 시대였고 아르헨티나는 높은 수준의 리그를 갖춘 몇 안되는 국가였다.
최고 수준의 리그가 비교적 많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여러 리그에 분포하는) 현대와 다르게 고대는 최고 수준의 리그가 적었기 때문에 주로 자국선수들로 리그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보다 한정된 리그에 집중되어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거의 없이 거의 자국 선수들만 있었는데 어떻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몰려있었냐고? 자국 선수들이 최고 수준 선수라는 집단의 대다수를 차지했으니까. 그 시대에는 인프라의 발전이 곧 선수풀의 발전이고 리그의 발전이었다.)
그래서 당시 아르헨티나의 최상급 선수들은 당시 기준으로 최상급 리그에서 대단한 성적을 남겼기에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이후 세대 선수들보다 좋게 평가해야 마땅하다.
그럼 고대 축구에서 절대적인 리그 수준을 자랑했던 잉글랜드는 왜 자국 선수 순위를 매길때 고대 선수가 적냐, 바로 리그를 지배하는 레벨의 선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당시 잉글랜드 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강이었다 해도, 리그를 꾸준히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 클래스의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티브 블루머는 그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리그를 지배했고 실제로 높게 평가한다. 다만 당대의 상대적인 리그 수준과 블루머의 리그 지배력에 비해서 그의 위상이 낮아보이긴 한다. 이는 너무 오래돼서 잉글랜드의 리그도 제대로 수준이 갖춰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절이고, 그래서 시대 보정이 후대에 비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외라고 볼 수 있는 예시는 딕시 딘이다. 1920년대 잉글랜드 풋볼 리그를 꾸준히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그 활약에 비해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당시 잉글랜드 리그가 매우 큰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제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잉글랜드의 선수풀이 박살이 났었다. 그래서 전쟁 후 잉글랜드 리그를 전쟁 전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그 시절 최고의 축구 강국은 어디였는가?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잉글랜드 리그가 잠시 휘청거린 사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계속 발전하며 잉글랜드와의 격차를 좁혔다. 아르헨티나가 프로 리그를 시작한 1934년에는 사실상 잉글랜드 리그와 같은 티어로 묶일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역전했다는게 아니라, 오늘날의 4대리그 혹은 5대리그처럼 비슷하게 묶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히려 최상위 선수들의 기량 수준은 1920년대부터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잉글랜드를 확실히 앞섰다고 생각한다. 리그 수준의 격차는 좁혀졌고, 잉글랜드는 선수풀이 박살났으며(잘 자리잡은 시스템과 기타 영국에서 데려오는 용병 덕분에 리그 수준만은 간신히 유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자국리그를 지배하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최상위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축구 강국으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드는데, 조금 차이가 있다. 둘다 남아메리카의 발전한 축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리그를 구축하고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했으며, 그래서 국가대표팀의 전력도 매우 강했다. 하지만 두 국가는 크기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전체적인 선수풀이나 리그의 수준은 아르헨티나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즉, 간단히 비교해보자면, 리그 수준과 선수풀의 깊이는 잉글랜드>아르헨티나>우루과이였고, 최상위 선수들의 수준과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세 국가가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대가 흐르고 유럽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리그 수준의 격차는 줄어들고 최상위 선수들의 수준은 두 남미 국가가 잉글랜드를 역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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