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의 팬이자 축구인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고 축구 커뮤니티에도 올릴 계획이지만 아직 컨텐츠가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컨텐츠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나는 어떤 방향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가.
나는 궁극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글로 다듬어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매개체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 정보와 지식을 저장해놓고 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창작자가 되고싶다. 정보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정보를 근거로 내 주장을 만들고싶은 것이다.
그러나 후자가 되려면 전자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보다 정확히는, 내가 만들어낸 산출물 중에서 내 사견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여나가야한다. 내가 지금 거치고 있는 과정도 그 과정의 초기다. 단순히 자료의 짜집기가 아니라 내 사고를 거쳐서 나만의 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노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내 목표의 전제다.
더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나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그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먼저 밟아야할 스텝은 정해져있다.
1. 축구 칼럼니스트로 자리잡기
나만의 길을 가기 위한 준비를 먼저 해야한다. 많은 컨텐츠를 뽑아내고, 블로그를 성장시키고, 축구 커뮤니티에도 내 글을 공유하며 나를 인정받아야한다. 그걸 위한 총알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있다.
"축구 역사를 다루는 블로그입니다. 응원팀에 대한 생각도 전합니다."
내 블로그의 소개 문구이다. 나는 내가 개척해야할 앞길로서 크게 두 분야를 메인으로 잡았다. 축구 역사와 내 응원팀. 응원팀의 역사같은 교집합은 당연히 할 것이고, 각자의 갈래에 대해 말해보자면, 축구 역사에 대해서 믿고 볼 수 있는 권위를 갖춘 사람이 되고, 내 응원팀의 비전에 대한 나의 주장이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전문성을 넘어서, 생소한 분야일지라도 내가 발전시키고 공헌함으로써 얻는 권위와, 특정 집단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그 두가지가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다. 더 빨리 이룰 수 있는 것은 후자다. 따라서 일단은 내 응원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스날 등을 주제로 양질의 칼럼을 생산해내는 수준에 올라야한다. 특히 내가 자신있고 팬 수가 적어서 내 영향을 주기 쉬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해서.
이것이 현재의 내가 주력으로 하면서 입지를 다지는 길이다.
그러나 이것만 해서는 안된다. 오직 나만이 시도할 영역을 위해서, 축구 역사 칼럼도 꾸준히 써나가야만 한다. 내가 앞서 말한 총알은 이런 것들이다.
클럽별/국가별 역대 올스타 스쿼드
국가, 포지션별 순위 (좁은 범위에서의 순위 선정)
레전드 소개 및 재발굴
기타 축구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나 주제
이것들이 당장 준비된 총알들이다. 이걸 다 쏘고 나면, 그때쯤 나는 다음으로 갈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2. 축구 연구자로 자리잡기
내가 블로그 이름을 "레드 아카이브"로 지은 이유다. 축구 역사에 관한 기록을 보관해두고 이를 연구하는 곳이라서 '아카이브'다. 여기에 내 응원팀의 색채를 더해서 '레드'를 붙였다. 여기서 '아카이브'가 포인트다. 나는 역사를 연구해야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만들어낸 산출물 중에서 내 사견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여야한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꿈꾸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나온다. 아까는 총알이었지만 이제는 미사일 정도의 스케일이다.
연도별 최고의 선수 선정 (1870년부터)
포지션별/국가별 순위 (넓은 범위에서의 순위 선정)
포지션별 순위같은 것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상당히 뒤로 미룰 생각이다. 왜냐하면, 더 많은 선수들을 놓고 줄을 세우려면 더 다양한 근거가 준비되어있어야하는데, 그 많은 근거들을 내 기준과 관점 안으로 모으려면 그 근거까지 내가 생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선수들의 순위를 내가 매겨야하는데, 그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하는 것은 나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근거들인 개인 수상은 내가 뽑은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뽑은거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평가한 것을 근거 삼아 내 관점에서 평가하는것은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평가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내가 평가한다. 그게 더 나의 색채가 묻어나고 일관성이 높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시대 선수들을 동시에 평가하고 비교할때 사용되는 주요 근거인 '연도별 최고의 선수' 등을 내가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가 계획중인 초대형 프로젝트인 연도별 최고의 선수 선정을 먼저 진행하고 순위 컨텐츠를 진행할 것이다.
3. 나만의 길을 가라
마지막으로 내가 시도할 궁극의 목표다. 축구사 최고의 논쟁거리 중 하나인 '역사상 최고의 선수 순위'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제시할 것이다. 이것은 사실과 논리만의 영역을 벗어난다. 역시 수학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건 내 전공과도 연관이 있고, 내가 배우고 공부한 지식을 바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시도 자체는 이미 여럿 있었다. 선수들의 커리어에 수치 점수를 부여하고, 그 합산으로 최종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다. 근데 문제가 있다. 점수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어떤 항목에서 어느 정도의 점수을 부여할 것인지, 일종의 계수 문제다. 각 계수들이 가장 최선의 값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탐색해야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 당연히 인간의 힘만으로는 못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온 시스템들이 갖고 있는 한계점도 이거다.
나는 기계 학습을 접목할 것이다. 저런 계수를 찾아가는 최적화 과정에는 역시 기계 학습이 알맞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기계 학습의 개념을 처음 접했을때부터 아이디어는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AI 부전공을 통해 계획을 더 구체화시킬 생각이다. 지금까지 말한 계획들이 총알과 미사일이었다면 이것은 내 축구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고 마치 핵폭탄과 같은 스케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이것 때문에 이 계획은 불완전하다.
선수들의 커리어에 수치 점수를 부여하고 그 합산으로 최종적인 비교를 한다고 그랬다. 여기서 핵심적인 수치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연도별 활약도를 반영하는 스탯이다. 근데 축구에는 그런게 없다.
구기 종목 중 통계가 압도적으로 가장 잘 발달한 야구는 다양한 스탯을 통해서 선수의 기량을 판단하고, 종합적인 스탯으로 선수를 '직접' 비교한다. 대표적으로 WAR이 있고, 올타임 레전드들을 비교할때 쓰는 JAWS같은 도구도 있다.
근데 이것들은 모두 세이버메트릭스를 기반으로 한다. 수학적인 방법론을 더 본질적으로 접근시켜서 더 객관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워낙 초기부터 기록이 발달한 야구는 이게 가능했지만 축구는 과거 기록이 부실하기도 하고 경기의 모든 요소를 통계화시키기가 어렵다. 이게 근본적인 한계다.
포지션별/국가별 순위 선정을 위해서는 연도별 최고의 선수 선정을 먼저 진행하면 되었는데, 역대 선수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축구에 먼저 세이버메트릭스가 만들어져야한다. 이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특히 나 혼자의 힘으로는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시스템 또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에 인생을 거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생각해봐도, 결과가 불완전할지라도 그나마 가장 완전에 가까우면 그것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되는거다.
내가 축구인으로서 얻고자 하는 마지막 명예는 바로 여기에 있고 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게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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