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칼럼 11

아픔을 딛고 정상을 향해 - 그림자에서 벗어나 꿈을 그리는 슈바벤의 사나이들

"제 이름은 항상 '회네스'였습니다. 저는 때때로 '회네스'보다 '제바스티안'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에른에 있는 한 바이에른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뺨 맞은 기분이었다. 충격을 받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너는 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저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콩고에 있는 제 가족들을 걱정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폭로하는 것은 저에게 힘든 일이었습니다."   위대한 축구인 가문의 자녀라는 압박감, 큰 꿈을 품고 이적한 팀에서 경기를 나서지 못하는 실망감, 어릴 때부터 뛰었던 팀에서 버려지는 배신감, 끔찍한 부진으로 팬에게 비난받으며 느끼는 죄책감, 믿고 의지해야할 에이전트에게 협박을 당하는 공포감.  누구나 제각각의 ..

축구 칼럼 2024.04.30

텔레 산타나, 절망 끝에 승리한 이상주의자

축구에서 '이상'이란 곧 낭만이자 하나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버려야 하는 족쇄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는 이상주의자야." 이 문장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라는 존재가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저 문장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상을 좇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오늘날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상이란 현실에서의 성공과 양립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어쩌면 축구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상을 버리고 거친 현실에 순응하는 것에 길들여져있다. 이상, 이제는 마치 어린 시절의 꿈처럼 가슴 속에나 묻어두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세상 속에서 ..

축구 칼럼 2024.01.19

1950~2023 FCU Football Award 포인트 결산

안녕하세요, 축구 역사 매니아 레드 아카이브입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진행한 FCU Football Award의 현재까지의 결과를 합산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선정자들의 사견 없이, 오직 지금까지 선정한 결과들의 포인트 합산만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포인트 합산 이상의 과도한 의미 부여는 지양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감상과 소통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 세계관 최강자 (200p 이상 또는 골든볼 5개 이상 둘 중 한개 이상 만족) 이름: 리오넬 메시 FCU 포인트: 227p FCU 골든볼: 8회 FCU TOTY 선정횟수: 17회 선정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총 227p를 기록하며 통산 최다 포인트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골든볼 수상 횟수는 8회..

축구 칼럼 2024.01.18

윙어의 플레이가 확립된 역사

윙어는 참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측면을 공략하면서도 언제든지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개인의 기량으로 상대 수비를 직접 뚫는 것과 동료와의 연계로 빈틈을 만드는 것을 모두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팀의 전술과 경기의 상황에 맞추어 플레이해야하는 포지션이 바로 윙어다. 또한 개인의 개성이 가장 돋보이는 포지션도 역시 윙어다. 이러한 윙어의 다양한 역할은 축구사 150년을 거치며 거듭 발전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윙어의 변화 과정은 생각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른 포지션들의 경우, 그 포지션에 한 획을 그은 몇몇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윙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건과 함께 진보해왔고 이로 인해 몇몇 큰 사..

축구 칼럼 2023.11.07

토탈풋볼의 두 거장 - 下

4. 리뉘스 미헬스와 12사도, 영광의 아약스 하펠의 대성공, 그것도 부임하자마자 이뤄낸 업적에 크게 자극받은 미헬스는 큰 결단을 내린다. 바로 페예노르트의 4-3-3 포메이션을 아약스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1970년 4월 아약스와 페예노르트의 에레디비시 맞대결, 더 클라시케르에서 미헬스는 하펠의 축구를 상대팀으로서 직접 체험하게 된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 경기가 미헬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준 모양이다. 미헬스는 4-3-3 포메이션이 경기 장악력을 높이고 토탈풋볼의 이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것에 동의했는지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틀 자체는 하펠의 발명품에서 따온 것이지만, 그 틀에 선수들을 넣고 플레이를 구상하는 ..

축구 칼럼 2023.06.19

하비에르 테바스, 당신 또한 가해자다.

당신도 가해자다. 눈물로 경기장을 떠나야했던 어린 선수에게도,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는 많은 선수들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갉아먹고 있는 라 리가에게도. 이 글을 쓰기에 앞서, 필자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 아니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팬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큰 라이벌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팬이며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와 비니시우스를 적대하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같은 터전을 공유하는 팀의 지지자로서, 축구라는 같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그리고 지구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한 선수가 당한 부당한 차별에 반대하고 선수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명하며, 축구를 더럽히고 인류의 가치를 부정하는 가해자들과 하비에르 테..

축구 칼럼 2023.05.23

토탈풋볼의 두 거장 - 中

3. 에른스트 하펠의 마법 에른스트 하펠은 당대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유망한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선수 시절 월드클래스의 중앙 수비수였던 하펠은 뛰어난 수비력 못지 않게 공격 가담에 능했으며 특히 전술안과 축구 지능이 매우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가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네덜란드의 ADO 덴 하흐. 평범한 중소 클럽이었던 ADO는 하펠이 부임하기 직전인 1961-62시즌에 리그 15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한 약체였다. 1962-63시즌을 앞두고 ADO에 부임한 하펠은 부임 직후 팀을 중위권에 안착시키고 KNVB컵 결승전에 진출시켰다. 그 다음 시즌에도 KNVB컵 결승전에 진출하며 2시즌 연속 컵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그 다음 시즌인 1964-65시즌에는 무려 리그 3위에..

축구 칼럼 2023.05.14

토탈풋볼의 두 거장 - 上

0. 토탈풋볼의 주인은 누구인가 토탈풋볼은 무엇인가. 많은 축구팬들에게 토탈풋볼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마 토탈풋볼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토탈풋볼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또 별개의 말이다. 많이 쓰이는 용어이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토탈풋볼에 대한 이야기가 나름대로 많이 오가곤 하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화두를 던져보겠다. 토탈풋볼의 주인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토탈풋볼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물, 리뉘스 미헬스. 아약스와 네덜란드, 바르셀로나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동시에 자신의 철학을 팀에 심었고, 그 철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전세계로 퍼져나가 현대 축구의 근간이 되었다. 축구의 역사를 그의 전과 ..

축구 칼럼 2023.05.10

역사상 최고의 윙어, 가린샤의 드리블 (feat. 조지 베스트)

가린샤의 플레이를 보면 고전적인 윙어의 정점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가린샤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떻게 알려져있는가? 클래식 라이트윙, 드리블러, 굽은 다리를 이용한 드리블 등 몇 가지 수식어가 통용된다. 그럼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리블을 했나? 굽은 다리가 어떤 이점으로 작용했나? 이걸 지금부터 말해볼 것이다. 그 전에 잠시 주제를 바꾸어 드리블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보자. 드리블은 공을 몰고 전진하는 것이고 상대 수비가 있으면 제치고 가야한다. 이게 드리블의 본질이다. 이것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전진과 추월이다. 전진은 문자 그대로 앞으로 가는 것이고, 추월은 보다 발전된 개념으로 상대보다 앞으로 가는 것이다. 전진은 드리블의 목적이고, 추월은 상대 수비를 제치고 그..

축구 칼럼 2022.10.18

축구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알아둬야 할 것들.

안녕하세요, 축구 팬 여러분. 레드 아카이브입니다. 평소 축구라는 스포츠의 팬, 축구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마니아로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가, 이번에 블로그를 다시 만들게되면서 첫 출발을 어떻게 꿰어나가야할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글 이전에 올라온 글이 하나 있지만, 빅 매치 프리뷰의 특성상 경기 시작 전에 업로드를 해야 하므로 부득이하게 블로그 정비 기간에 먼저 업로드했습니다. 그 뒤로 블로그의 기초적인 설계가 마저 이루어졌고, 많은 고민 끝에 이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담긴 공지사항은 추후 올리겠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방면으로 깊게 생각해본 결과, 축구 역사를 바라보는 저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축구 역..

축구 칼럼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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