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항상 '회네스'였습니다. 저는 때때로 '회네스'보다 '제바스티안'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에른에 있는 한 바이에른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뺨 맞은 기분이었다. 충격을 받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너는 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저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콩고에 있는 제 가족들을 걱정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폭로하는 것은 저에게 힘든 일이었습니다."
위대한 축구인 가문의 자녀라는 압박감, 큰 꿈을 품고 이적한 팀에서 경기를 나서지 못하는 실망감, 어릴 때부터 뛰었던 팀에서 버려지는 배신감, 끔찍한 부진으로 팬에게 비난받으며 느끼는 죄책감, 믿고 의지해야할 에이전트에게 협박을 당하는 공포감.
누구나 제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좌절로 쓰여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 그림자를 벗어나 모두를 놀라게 할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2022-23시즌 분데스리가 16위에서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3위를 질주하고 있는, VfB 슈투트가르트의 이야기이다.
아픔을 딛고 정상을 향해
그림자에서 벗어나 꿈을 그리는 슈바벤의 사나이들
1. 절망에서 희망으로, 희망에서 기적으로, 기적에서 영광을 향해
독일 남부의 명문 구단 VfB 슈투트가르트는 현 시대에는 그리 명문답지 못한 클럽이다. 상위권에 다시 오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오가는 승강기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펠레그리노 마타라초 감독의 지휘 아래 다시 1부 리그로 승격했고, 승격 첫 시즌인 2020-21시즌에 나름의 돌풍을 보여주며 리그 9위를 기록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 리그에 소속된 18개 팀 중 상위 절반에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 다음 시즌에는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져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고, 그 다음 시즌인 2022-23시즌에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순위표에서도 바닥에 위치해있지만, 구단 수뇌부들 사이의 권력 다툼까지 벌어지며 스벤 미슬린타트 단장이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일도 일어나며 구단 분위기까지 망가졌다.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마타라초 감독이 경질되었는데, 그 후임으로 평가가 나쁜 브루노 라바디아 감독이 부임하여 더욱 미래가 어두워졌다.
예상대로 라바디아 감독은 팀을 전혀 구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무능함으로 인해 순위는 꼴찌에 처박혔고 강등이 유력해졌다. 라바디아 역시 경질로 끝이 났고 슈투트가르트는 시즌 도중 2번의 감독 교체라는 막장을 달리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스쿼드를 보강하며 비전을 구축했던 토마스 히츨슈페르거 이사장과 스벤 미슬린타트 단장, 펠레그리노 마타라초 감독이 모두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며 끝내 그들의 야망을 펼쳐보이지 못했고, 나름대로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수뇌부를 갖추었던 것으로 보였으나 과부하로 인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을 휘어잡을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지만, 리그 꼴찌에 그런 인물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렇게 강등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흑기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조용하게 선임된 감독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그들의 구세주 메시아였으며 그것이 모든 기적의 시작이었다.
그 감독은 바로 제바스티안 회네스. 헤르타 첼렌도르프와 RB 라이프치히, 바이에른 뮌헨의 유소년 팀 감독을 거쳐 호펜하임에서 1군 감독 경력을 시작했으나 별 볼일 없는 활약 끝에 계약을 해지한 그저 그런 지도자였다.
그가 팀을 구해내리라고 믿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회네스 감독은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이끌며 팀을 16위까지 끌어올렸으며 그들은 간신히 다이렉트 강등을 면할 수 있었다.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 마지막 기회가 된 함부르크 SV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3-0, 2차전 3-1 연승을 기록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아무리 약체가 되었다지만 강등까지 당할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끔찍한 부진으로 강등 위기에 처했다가 회네스 감독이 팀을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놓았고, 마침내 2부 리그 상위권 팀을 여유롭게 물리치며 그들이 아직 1부 리그에 남아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회네스 감독은 슈투트가르트를 한 차례 구원했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모든 팀들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1부 리그에서의 새로운 성공을 꿈꿨다.
하지만 그렇게 순조로울 리가 없다. 새 시즌을 앞두고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고난이 찾아왔다. 팀의 주축으로 여겨졌던 주장 엔도 와타루와 에이스 보르나 소사, 콘스탄티노스 마브로파노스가 각각 리버풀, 아약스, 웨스트 햄으로 이적하며 모두 팀을 떠난 것이다. 다시 강등의 위기를 맛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회네스 감독과 함께 시작하는 첫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게 웬 말인가. 시즌 개막전부터 보훔을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더니, (2라운드에서 라이프치히에게 대패를 당했지만) 3라운드부터 6연승을 달리며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연승 행진이 잠시 깨진 뒤로도 안정적인 시즌 운영으로 점점 상위권에 안착해갔으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강팀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강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그 중심에는 전 유럽을 통틀어 압도적인 시즌 초반 득점 행진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세루 기라시가 있었다. 무려 경기당 2골에 육박하는 괴랄한 득점 행진을 보여주었는데, 기라시의 폼이 일시적인 플루크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슈투트가르트의 돌풍 역시 마찬가지로 기라시의 플루크로 인한 연쇄적인 플루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기라시가 부상을 당한 이후로도 슈투트가르트는 탄탄한 경기력으로 기세를 유지했고, 기라시 역시 복귀 이후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모든 의심의 눈초리를 종식시켰다.
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반기에 대패를 안겨주었던 라이프치히를 5-2로 쳐부수며 복수에 성공했고,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는 시즌 3전 전승으로 압도했다. 그리고 그 두 팀보다 꽤 높은 승점을 쌓아 3위를 유지 중이다. 또한 기라시의 부상을 틈타 기회를 받은 데니즈 운다브가 맹활약을 펼치며 기라시의 복귀 이후에도 주전에 올랐고, 그렇게 기라시-운다브 투톱 조합이 완성되었다. 그 투톱으로 인해 회네스 감독이 추구하는 4-2-2-2 포메이션 기반 전술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그렇게 시즌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리그 3위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 중이고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3위만으로도 놀라운 기적이고, 어쩌면 무려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2위에 오를 수도 있다. DFB 포칼에서도 도르트문트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레버쿠젠에게 극장골로 아쉽게 패하며 탈락했다. 그래도 상대가 이번 시즌 최강의 팀 중 하나인 레버쿠젠인만큼 절대 실망할 수 없고, 오히려 그들을 상대로 충분히 잘 싸웠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이다.
실제로 슈투트가르트는 레버쿠젠을 상대로 가장 잘 싸운 팀이다. 리그와 포칼을 합쳐서 총 3번 맞붙었는데 2무 1패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처음 맞붙은 홈 경기에서는 경기력 면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1-1 무승부를 거두었고, 특히 전반전은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DFB 포칼 준결승 원정 경기에서는 2-2 무승부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실점하며 아쉽게 3-2로 패배했다. 마지막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맞붙은 원정 경기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2-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1점을 따라잡히고 경기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을 실점하며 아쉽게 2-2 무승부로 만족해야만 했다. 레버쿠젠의 무패 행진을 거의 다 깨뜨렸지만 끝내 그 행진을 저지하지 못했다. 다만 이 경기는 경기 내내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더럽혀졌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올바른 판정이었다면 슈투트가르트가 승리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잔여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지금의 흐름을 다음 시즌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좋은 마무리가 필수다. 또한 아직 동기 부여가 남아있다. 라이프치히와 도르트문트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를 지켜내는 것, 더 나아가서 바이에른을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것. 개인의 목표도 뚜렷하다. 세루 기라시는 비록 해리 케인이라는 세계 최고의 ST에게 밀려 득점 2위에 머물러 있지만 리그 30골의 고지를 목표로 할 수 있고, 2옵션 스트라이커였던 데니즈 운다브가 시즌 중반부터 대단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리그 20골을 노리고 있다. 만약 이것을 이루어낸다면, 현재 유럽 5대 리그에서 유일무이한 20골+ 투톱 조합이 될 수 있고, 더욱 희귀한 30-20 투톱 조합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이미 기적을 이뤄낸 그들이 남은 목표들을 이룰 수 있을지,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다음 시즌에 지금보다 더한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우리는 모두 그들을 주목해야한다.
2. 그들이 아픔을 이겨낸 이야기
"제 이름은 항상 '회네스'였습니다. 저는 때때로 '회네스'보다 '제바스티안'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제바스티안 회네스 감독
제바스티안 회네스는 축구 명가 회네스 가문의 일원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디터 회네스가 그의 아버지이며, 마찬가지로 바이에른 뮌헨의 에이스 출신으로 바이에른의 회장을 맡아 구단을 세계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최고의 경영인 울리 회네스가 그의 삼촌이다.
그러나 제바스티안은 회네스라는 가문의 무게를 짊어졌지만 그에 걸맞는 선수가 되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 감독으로서는 아버지와 삼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목이었다. 그는 스스로도 회네스라는 성이 주는 부담감을 잘 느끼고 있었다. 앞서 나온 어록은, 그가 호펜하임에서 첫 1군 팀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했던 말이다. 그 말처럼, 지금은 회네스라는 그림자를 이겨내고 감독 제바스티안으로서 성공을 거두며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에른에 있는 한 바이에른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알렉산더 뉘벨 GK
샬케의 에이스, 유망한 골키퍼, 스위퍼 키퍼 스타일. 마누엘 노이어와 알렉산더 뉘벨의 공통점이다. 뉘벨은 샬케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너무나도 큰 대선배 마누엘 노이어와 조금씩 비교되어왔다. 그리고 노이어의 장기적인 대체자를 물색하던 바이에른 뮌헨이 그를 영입했다. 샬케에서 바이에른으로의 이적. 노이어의 후계자로 주목받은 선수가 정말 노이어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 이적에는 내막이 있었다. 아직 노이어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핵심이었다. 뉘벨은 노이어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나이에 경기를 충분히 뛰지 못한다면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이에른의 하산 살리하미지치 단장은 그런 뉘벨을 설득하기 위해 일정 경기를 보장해주겠다는 구두 합의를 맺었고 그렇게 이적이 성사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노이어와 협의되지 않은 사항이었고 이를 알게된 노이어는 당연히 불같이 화를 냈다. 노이어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구단이 뉘벨에게 한 약속은 지켜질 수 없었고, 뉘벨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결국 임대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고, 본인의 성장세도 꺾이며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앞서 나온 어록은, 뉘벨이 바이에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결사반대하고 임대 이적을 요청하며 했던 말이다. 그렇게 뉘벨은 임대생 신분으로 슈투트가르트까지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반등에 성공하며 지금까지의 인생 중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
"뺨 맞은 기분이었다. 충격을 받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안젤로 슈틸러 MF
안젤로 슈틸러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 출신 유망주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바이에른에는 이미 여러 명의 훌륭한 미드필더들이 있었기에 슈틸러에게 돌아갈 기회는 거의 없었다. 슈틸러도 당연히 주전 욕심을 낸 것은 아니고, 백업으로 정기적으로 기회를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2020-21시즌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바이에른은 마르크 로카와 티아구 단타스를 영입했다. 모두 슈틸러의 포지션 경쟁자였다. 이는 바이에른이 슈틸러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의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앞서 나온 어록은, 이때 당시의 심정에 대해 슈틸러가 훗날 회고한 것이다.
그런 슈틸러에게도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은사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바이에른 뮌헨 2군의 감독이었던 제바스티안 회네스이다. 회네스가 호펜하임에서 감독직을 수행할 때 바이에른 뮌헨에서 슈틸러를 영입하였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아쉽게도 회네스와 슈틸러 모두 호펜하임에서는 그다지 빛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재회했다. 회네스는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첫 시즌 스타트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슈틸러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렇게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에 합류한 슈틸러는, 중원의 지배자로서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너는 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 DF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는 헤르타 베를린에서 뛰던 유망주 레프트백이었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또한 팀의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여, 그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은 거의 매 순간 팬들의 질책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뚫을 정도였고, 결국 경기 종료 후 관중석 앞을 지나가던 미텔슈테트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앞서 나온 어록은, 그때 팬들이 미텔슈테트와 헤르타 베를린 선수단에게 한 말이다. 여담이지만 미텔슈테트는 순순히 유니폼을 벗었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동료들에게 팬들의 말을 전하며 선수단의 기강을 다잡았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로도 기량이 만개하지 못한 미텔슈테트는 역시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회네스가 부린 마법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 그는 팀 좌측 공격의 에이스이자 리그 수위급 레프트백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콩고에 있는 제 가족들을 걱정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폭로하는 것은 저에게 힘든 일이었습니다."
-실라스 카톰파 음붐파 FW
실라스 와망기투카는 마타라초 감독 시절 슈투트가르트의 에이스였다.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돌격대장처럼 활약했으며 중앙과 우측면을 가리지 않고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키고 득점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가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던 시절, 충격적인 뉴스가 터지고야 만다. 바로 그의 에이전트가 그동안 그의 신원을 조작하고 그를 협박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나온 어록은, 이때 실라스가 자신의 피해를 용기내어 폭로하며 한 말이다.
지속적인 피해로 고통받아왔지만 다행히 그 이후 그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의 원래 이름인 실라스 카톰파 음붐파로 불릴 수 있었으며 더 이상의 협박도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에는 폼을 되찾지 못했다. 팀의 부진과 함께 그의 실력 역시 추락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 슈투트가르트는 회네스 감독 체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실라스는 전처럼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주로 조커로서 경기 후반에 투입되며 기량을 되찾고자 하고 있다.
제바스티안 회네스, 알렉산더 뉘벨, 안젤로 슈틸러,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 실라스 카톰파 음붐파는 각자의 고통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들이다. 그러나 꼭 이들만은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의 고통과 싸워왔다. 현재 슈투트가르트 2선의 에이스인 크리스 퓌리히 역시 도르트문트에서 방출된 무명 유망주였지만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 팀 자체가 암흑기로 향하다가 기적적으로 빠져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이 팀이 쓰고 있는 서사의 중심에는 고난과 극복이 있다. 몇몇 이들의 극적인 드라마가 임팩트를 더해줄 뿐이다.
3. 슈투트가르트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제바스티안볼의 위력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이 강호로 거듭난 이유와 과정. 제바스티안 마법사가 부린 마법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제바스티안 회네스는 마치 사냥하듯이, 빠르지만 급하지 않게 상대의 숨통을 끊는 것을 지향한다. 소유권을 가진 상황에서 라인을 높이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여느 강팀들과 비슷한 스탠스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스타일은 경기를 내내 지배하는 것보다는 빠른 템포로 상대를 위협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상대가 수비 라인을 굳게 형성한 상태에서 우리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한다. 이럴 때 일반적인 팀들은 그것을 어떻게 공략하는가? 소위 '지공'이라고 부르는 방식의 보편적인 형태를 따른다. 기본적으로 무리해서 들어가지 않고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며 전방 공격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수비진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도발하듯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갈듯 말듯 기회를 노리다가 빈틈이 생기면 그때를 노린다. 이때 그 플레이는 대부분 파이널 써드 안에서 이루어지고, 전후/좌우로의 급격한 전환이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즉, 팀의 중심이 쉽게 이동하지 않는 편이다.
제바스티안이 이곳에서 보여주는 방식은? 그들은 때때로, 어쩌면 자주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며 긴 패스도 마다하지 않고 점유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빠르게 수비진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들이 페널티 박스 경계에서 보여주는 패스워크는 도발이 아니라 사냥과 낚시이다. 상대 수비가 앞으로 딸려나오는 움직임을 더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대의 진이 다 갖춰지기도 전에 앞으로 뛰어들어가는 기라시에게 중장거리 패스가 이어지고, 상대 센터백에게 '그대로 물러서서 라인을 마저 형성할지, 앞으로 달려들어서 경합을 통해 소유권을 탈취할지' 이지선다가 주어진다. 만약 센터백이 후자를 선택하고 아슬아슬하게 우리가 경합을 승리한다면? 그대로 뚫려있는 앞으로 직진하여 득점 찬스를 맞이하면 된다. 슈투트가르트가 추구하는 공격은 이런 것이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기대 득점이 높은 상황으로 빨리 전환하길 원한다. 이때 그 플레이는 넓은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전후/좌우로의 급격한 전환이 매우 잦다. 팀의 중심이 매우 격렬하게 흔들린다.
상대의 수비진을 공략할 때 자신도 충분히 공격진의 형태를 갖추어 안전하게 전진하는 다른 팀들과 다르게, 충분한 공격진의 형태를 갖추지 않고 무질서해보이는 상태에서도 빠르게 상대를 찌르는 것이 슈투트가르트의 축구이다. 그래서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의 기조로 요약할 수 있고, 무질서 속에서 규칙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우스 아메리칸 스쿨의 현대 유럽 축구식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4-2-2-2인데, 확실한 중원 장악보다는 최대한 넓은 공간에 선수들이 퍼지는 것을 의도하여 나온 포메이션이다. 축구사에서 4-2-2-2 포메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1982 FIFA 월드컵에서의 브라질인데 당시 브라질의 2선 선수들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웠지만 지금의 슈투트가르트는 윙어에 가깝게 운용한다. 사용하고자 하는 공간이 더 넓기 때문이다. 과거 아리고 사키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전술의 혁명을 일으켰을 때 선수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필드에 고루 배치하는 것을 강조했던 것과 유사하게, 넓은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다른 팀들보다 긴 숏패스를 구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넓은 범위에 공을 순환시킨다.
그렇다면 왜 고전적인 4-4-2가 아니라 4-2-2-2일까? 이는 현대의 주류 이론이 된 포지셔널 플레이의 영향이다. 공간은 더 이상 평등하지 않다. 경기장은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고 각 구역의 특징이 다르며 각 구역에 위치한 선수가 해야할 플레이도 다르다는 것이 포지셔널 플레이 이론이 주장하는 바인데, 이에 따르면 당연히 구역마다 경기에서의 중요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이상 선수들을 자로 쟀을 때 일정한 간격으로 일자로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비효율적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선수들은 필요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효율적인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선수를 최대한 넓은 공간에 퍼트리고자 한다면 기존의 4-4-2는 틀린 방식이다. 팀 포지셔닝의 경계선은 경기장을 따라 사각형 모양이 되면 안되고 '효율적인 공간'의 모양을 따라 타원형에 가깝게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4-2-2-2 (윙백의 오버래핑으로 인해 총 5개의 행이 존재하는 2-2-2-2-2로 볼 수도 있다)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8자 모양을 그리게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간격을 벌리는 방법이다.
넓게 벌렸다면 그 다음은?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앞에서 최대한 넓은 공간에 선수들이 퍼지는 것을 의도한 이유가 뭐라고 하였는가? 리스크가 크더라도 기대 득점이 높은 상황으로 빨리 전환하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목적과 수단 사이의 과정을 찾아야한다. 이것도 이미 앞에서 말했다. 넓은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다른 팀들보다 긴 숏패스를 구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넓은 범위에 공을 순환시킨다. 이는 상대의 시야와 집중력을 분산시키거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팀의 공격을 집중시킬 위치를 탐색하는 작업에 가깝다.
패스가 순환하다가 특정 지역 근처에 머무르게 될 때 그 근방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주목하라. 넓게 벌려섰던 선수들의 대형이 조금씩 변하고 공을 잡은 선수의 주위로 다른 선수들이 연계한다. 팀의 중심이 그곳으로 쏠리는 것이다. (무게중심의 이동을 생각하라.) 그러나 마치 말뚝을 박듯이 그곳을 공격의 기점으로 삼고 전개하지는 않는다. 이 팀에는 공격의 기점 개념이 없고 메인 플레이메이커도 없다. 팀 단위의 빠른 순환으로 모두가 주도권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팀의 중심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한쪽을 집요하게 파는 것 같아보일 때도 어느새 반대 전환을 통해 팀의 중심이 옮겨간다. 중심이 거의 요동치듯이 이곳저곳으로 움직인다.
맨 처음에 제바스티안 회네스가 지향하는 바를 간단히 요약했을 때 '빠르지만 급하지 않게'라는 표현을 썼다. 급하지 않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가리킨다.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넓은 시야와 판단의 여유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반대 전환 또는 백패스의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1. 넓게 벌려섰던 선수들의 대형이 조금씩 변하고 2. 공을 잡은 선수의 주위로 다른 선수들이 연계하는 과정을 파헤쳐봐야한다. 그러면 제바스티안볼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경기 중 포메이션 변화의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포지셔널 플레이 이론으로 손쉽게 설명할 수 있다. 경기 중 선수의 위치에 대해 말할 때 중요한 것은 선수의 스타팅 포지션(역할로서의 포지션 개념)이 아니라 선수가 현재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의 특성에 따라 선수가 그 순간 해야하는 역할도 정해진다. 선수의 위치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팀의 진형도 마찬가지다. 스타팅 포메이션이 아니라 현재 선수들이 공간에 배치된 형태가 중요한 법이다. 경기 중에는 스타팅 포메이션에 과하게 몰입할 필요가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간을 파악하고 선수들을 가장 효율적인 위치로 옮기면 그것이 팀의 진형 변화가 되는 것이다. 매 순간 공간은 변화하고, 그에 맞추어 팀도 움직여야한다.
그 공간 변화의 핵심은 바로 공의 위치 변화이다. 슈투트가르트는 공을 자주 순환시키는 팀이므로 그들이 사용해야할 공간은 다른 팀들보다 더욱 빠르게 변한다. 따라서 선수들의 진형이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 공 순환을 돕기 위해 공이 흐르는 방향으로 선수들도 움직인다.
또한 플레이 도중 무질서해보일 정도로 과감하게 변형되는 선수들의 배치는 팀의 메인 컬러를 시시각각 바꿀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보여주는 축구가 어떨 때는 변형 쓰리백으로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4-3-3 포메이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전술의 유연성이 높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이며, 회네스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낸 결과물이다. 또한 로테이션을 돌릴 때도 후보 선수의 스타일에 맞추어 전술을 변경하기 쉬우므로, 얇은 뎁스의 약점을 훌륭하게 완화해낼 수 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다른 선수가 어떻게 연계하는가? 주로 드러나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사실 모든 연계는 해당 선수들 간의 호흡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호흡은 선수들의 타고난 성향과 함께 훈련 등 그동안의 경험에게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어느 정도 약속된 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고 관계주의적 시각에서는 아예 대부분의 플레이를 일반화시켜 몇 가지 패턴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제바스티안볼의 경우에는 주로 좌측면과 중앙 사이 하프스페이스에서 크리스 퓌리히를 중심으로 관계주의 패턴이 드러난다.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레프트백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와의 연계다. 이들은 좌측면과 중앙을 모두 공략할 수 있으며 할 수 있는 플레이의 다양성이 높다. 모든 전술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연계 패턴인 패스 앤 무브를 예시로 들면, 공을 가진 퓌리히의 옆으로 미텔슈테트가 지나갈 때 퓌리히가 미텔슈테트에게 볼을 전달해주고(혹은 페이크만 보여주고 본인이 직접 드리블하고) 뛰어갈 수 있다. 여기서 두 선수가 모두 좌측면에서의 직진과 중앙으로의 이동이라는 2가지 선택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조합의 가짓수가 많다. 미텔슈테트가 오버래핑하고 퓌리히가 중앙으로 들어와 일시적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변신할 수도 있으며, 퓌리히가 직접 크랙 드리블을 할 때 변칙적으로 미텔슈테트가 중앙에 위치하기도 한다.
여기서 또 주목할 포인트는 이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다는 것이다. 측면 자원의 입장에서 볼 때, 가까운 동료들이 모두 대각선 위치에 있으므로 전방과 중앙 방향이 모두 넓은 각도로 열려있다는 것이 4-2-2-2 포메이션의 장점 중 하나이다. 따라서 퓌리히와 미텔슈테트가 전방 또는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모두 활짝 열려있다. 그래서 상대가 이들의 패턴을 쉽사리 막지 못하는 것이다.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그들이 활용할 공간을 미리 견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퓌리히에게 가깝게 붙어서 미리 경합하는 것이 해법인데 퓌리히는 볼 컨트롤이 좋아 일대일로 막기 까다로운 선수일뿐더러, 퓌리히를 전담 마크하는 그 자체로, 상대 수비를 앞으로 끌어낸다는 슈투트가르트의 의도대로 행동해주는 것이 된다.
또한 일시적으로 미텔슈테트 - 퓌리히 - 기라시가 일직선 상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은 관계주의 이론에서 말하는 대각선 사다리를 의미하며 이러한 대각선 사다리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것 역시 4-2-2-2 포메이션의 장점이다. 대각선 사다리는 3명 이상의 선수들이 상대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있는 형태이다. 동료를 방패 삼아 상대의 시야에서 숨을 수 있고, 패스를 흘리는 페인팅도 가능하며, 여러 선수의 동선을 교묘하게 겹쳐놓는다면 순식간에 상대의 수비벽을 함락하기에 좋다.
뭔가 모든 퍼즐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높은 자유도 속에서 일관된 목적을 강조하는 전술의 참맛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 팀의 일관된 목적이 무엇이라고 했는가? 리스크가 크더라도 기대 득점이 높은 상황으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체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시도를 자주 보여주고 선수단의 멘탈리티가 그렇게 잘 무장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그 과감한 시도가 낳는 리스크는 어떻게 대비할까?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경기를 보면, 양날의 검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답게 연결되는 화려한 패스 플레이의 쾌감과 함께 아슬아슬한 패스와 경합에서 나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요상하게, 패스가 끊기는데 여전히 공격권을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패스가 의도한 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 즉 공의 소유권이 사라졌을 때 그 소유권을 상대보다 먼저 따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슈투트가르트는 바로 이것에 능하다. 볼 경합 상황에서 튀어나온 공이 슈투트가르트 선수의 발 앞으로 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공격 전개 상황에서 소유권 경합이 발생하면, 주인이 없는 공은 높은 확률로 위 그림의 빨간색 테두리 사각형 구역에 떨어진다. 그 구역 안에 상대방은 보통 1~2명의 선수가 있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최소한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그 안에 있고 경우에 따라서 1명이 더 있다. 따라서 소유권을 다시 가져가기에 유리하다.
이것은 통계로도 나타나는데,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0분당 파이널 써드 소유권 승리는 슈투트가르트가 5.5회로 3위에 올라있다. 1위와 2위는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뮌헨인데, 이 지표의 1~3위가 승점 1~3위와 같다는 점은 공격 지역에서의 소유권 승리, 즉 세컨볼 획득을 통한 점유율 유지가 팀의 경기력과 결과에 높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슈투트가르트는 리스크가 높은 패스 플레이를 펼치고도 공격을 끊임 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전술적인 바탕을 갖추고 있기에 그것을 믿고 선수들에게 과감한 플레이를 더욱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한 하이 리턴 방식은 이론적으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고 그것이 슈투트가르트가 보여주는 강함의 본질이다.
여기서 이들의 색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무질서 속에서 규칙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남아메리카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슈투트가르트의 전술은 선수 개개인의 높은 자율성과 선수 간의 즉흥적인 호흡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남아메리카식 전술 스타일을 공간 활용과 선수의 포지셔널 플레이를 강조하는 현대 유럽 전술 트렌드에 훌륭하게 녹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 축구 전술 분야의 중요한 의제인 위치주의 vs 관계주의와도 연결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축구는 단순히 약체가 이루어낸 기적을 넘어, 어쩌면 축구사의 기념비적인 업적이 될 수도 있다.
4. 분열은 잊고 모두가 하나의 정신으로
슈투트가르트의 전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것만으로는 그들의 기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의 실패는 수뇌부의 갈등과 함께했듯이, 그들의 성공 역시 평화와 단합에서 나온 것이다. 비록 히츨슈페르거와 미슬린타트가 팀을 떠났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여 수뇌부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종식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고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가 찾아왔다는 뜻인데, 여기서 그것을 도운건 다름 아닌 슈투트가르트의 레전드들이었다.
지오바니 에우베르, 크라시미르 발라코프, 한지 뮐러, 귀도 부흐발트, 티모 힐데브란트 등을 비롯한 슈투트가르트의 레전드들은 지난해부터 친목 모임을 자주 가지고 있으며 vfblegends라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팬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무리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고 한들 쉬운 일이 아닌데, 그들이 구단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이것은 구단의 모든 구성원과 관련 인물들에게 엄청난 모범과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구단을 응원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힘쓴 것은 바로 그들의 레전드들이었다.
암울했던 시기를 멋지게 이겨내고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팀 중 하나가 된 VfB 슈투트가르트. 멀리서 보면 기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합리적인 결과이다. 그들은 지금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는 자들이다. 그들의 영광이 계속 이어지고, 그들의 이야기가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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