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칼럼

축구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알아둬야 할 것들.

Fio de Esperança 2022. 7. 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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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축구 팬 여러분. 레드 아카이브입니다. 

 

평소 축구라는 스포츠의 팬, 축구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마니아로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가, 이번에 블로그를 다시 만들게되면서 첫 출발을 어떻게 꿰어나가야할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글 이전에 올라온 글이 하나 있지만, 빅 매치 프리뷰의 특성상 경기 시작 전에 업로드를 해야 하므로 부득이하게 블로그 정비 기간에 먼저 업로드했습니다. 그 뒤로 블로그의 기초적인 설계가 마저 이루어졌고, 많은 고민 끝에 이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담긴 공지사항은 추후 올리겠습니다.) 오랫동안 여러 방면으로 깊게 생각해본 결과, 축구 역사를 바라보는 저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축구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특히 과거에 대한 평가나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비교에서) 명심해야할 사항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는데, 가장 먼저, 기본적인 원칙을 언급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축구에서 어떤 대상을 평가하고자 할 때, 그 대상은 '축구'를 발판으로 서 있는 존재이며, 그 대상을 평가하는 척도는 기본적으로 그 시대의 기준에 따른다." 

 

이 문장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서 어떤 대상은 평가하고자 하는 선수나 감독, 팀, 또는 국가, 리그 등이 될 수 있겠네요. 이 대상이 '축구'를 발판으로 서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 말 그대로입니다. 축구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그 변화하는 '축구' 위에서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죠. 더 직관적인 표현이 바로 뒷부분입니다. 축구의 역사 속에서 어떤 대상을 평가할때는, 그 대상이 올라서있는 시대의 축구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선수를 평가할때는 그 선수가 자기 시대에서 얼마나 잘했는지 그 정도를 평가해야하는 것이지, 다른 시대의 기준을 가져다 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오늘날의 축구가 과거보다 더 발전되어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오늘날의 현역 선수들을 대체로 더 높게 치켜세우고 과거의 선수들을 깎아내립니다. 이것은 (적어도 제 축구철학에서는) 잘못되었습니다. 현재의 선수들이 더 발전된 축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들이 더 발전된 환경에서 축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과거 선수들이 뛰고 가며 발전한 축구계 위에 현재의 선수들이 서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선수들이 과거의 선수들보다 뛰어나서 현재의 축구가 더 발전해있는 것은 잘못된 인과율입니다.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시대에서 얼마나 잘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시대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로 평가받아야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이 대원칙의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시대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축구인은 축구라는 발판 위에 서 있고, 그 발판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움직입니다. 허나 그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 또한 사람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분명 평가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을 잘 지킨다면, 나머지는 대체로 주관의 영역입니다. 어떤 대상을 평가하거나, 여러 대상끼리 비교할 때, 그 기준은 평가 또는 비교의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원칙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요소를 우선적으로 보는지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고 존중해줘야합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죠. 다 맞는 주장입니다. 물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하고, 그 근거는 각자가 설정한 기준에 대해서 논리적인 완성도를 갖춰야겠죠.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모순적인 주장은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대원칙에 대한 글은 여기에서 마치고, 이제는 선수를 평가할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들을 얘기해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수의 개인 기량입니다. 평가의 대상이 '선수'이기 때문에 그 선수의 가치를 매겨야하고, 가치를 매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실력은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 단위의 성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팀으로서 이뤄낸 성과이므로 그 팀 속의 개인을 평가할때는 개인이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 개인의 활약상을 봐야합니다. 우승 트로피같은건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명성일 뿐, 선수를 평가할 때 트로피 그 자체를 근거로 드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그 트로피를 얻는 과정에서의 기여도가 중요하지요. 물론, 개인 수상 기록은 선수의 실력을 뒷받침하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시대를 비롯한 여러 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므로, 절대적인 잣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 요소를 최대한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우선 순위와 반영 비율을 대강 정해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 실력을 자세히 분석할 때 쓰이는 요소들은 하나의 학문과 같은 넓은 영역이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 국가의 축구 전력에 대해 짧게 몇 마디 남기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어떤 국가의 축구 전력을 어떻게 산출해서 평가하거나 서로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크게 3가지 맥락이 있습니다. 국가의 전체적인 선수 풀, 국가대표팀 수준의 전력, 자국 리그의 규모. 축구가 전세계적인 산업이 되고 축구 시장의 경제력이 유럽으로 집중된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자본의 유럽 밀집화가 일어나기 이전 시대에서는 이 3가지 맥락으로 나누어서 분석하는 방법이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이 더 정립되면 다시 글로 써볼 기회가 있을겁니다. 

 

 

지금까지 축구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둬야할 사항들을 써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축구 역사의 매력을 느끼고, 축구사를 탐구하고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여러분 안의 작은 불씨가 되어 여러분들을 축구사의 길로 이끌게 되길 소망합니다. Welcome to the Football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