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잡담/경기 관전 후기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아스날 vs 바이에른 뮌헨 후기

Fio de Esperança 2024. 4.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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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축구 팬들이 기다려왔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이 오늘 막을 올렸다. 특히 서사와 재미 등 모든 측면에서 8강 최고의 대결로 기대가 집중되는 아스날과 바이에른 뮌헨의 대결이 치러졌다. 
 
#기세 
아스날은 올라가는 팀이며, 바이언은 내려가는 팀이다. 그동안의 오랜 암흑기를 극복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진출한 아스날은, 리그에서도 우승 경쟁을 이어나가며 명실상부 현재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올라섰다. 반면 바이언은 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으나 감독의 무능과 그에게 과분한 신뢰를 준 보드진의 실책으로 인해 매우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탑을 향하는 언더독과 언더로 추락하지 않으려는 탑독의 흥미진진한 맞대결이다. 
 
#복수 
또한 이 대결에는 큰 서사가 있다. 아스날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하필이면 바이에른 뮌헨과의 16강 맞대결이었고, 1, 2차전 모두 5-1이라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아스날의 암흑기를 예고했다. 기세를 회복하였고 상대가 나락에 빠져있는 지금이야말로 그때의 치욕을 되갚아줄 기회이다. 
 
#대등 
객관적인 전력 상으로도 두 팀은 막상막하이며 유형 또한 상반된다. 아스날은 세계를 호령하는 선수는 없지만 팀 단위로는 유기적이고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다. 바이언은 팀 단위로는 선수단 이름값에 비해 나쁜 경기력과 조직력을 보여주지만 일부 슈퍼 에이스들의 기량에 의존하여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이 승부의 1차전은 아스날의 홈,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바이언은 이번 경기 원정 팬들의 경기장 입장이 금지되는 징계를 받았기에, 아스날의 홈 이점이 극대화된 상황이었다. 아스날의 복수와 반란이 일어나기에 최고의 무대가 갖춰졌다. 
 
치열한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고 원정 다득점 제도가 폐지된 현재,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차전을 기약하게 되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스날의 팬으로서 오늘의 경기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홈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오랜만에 올라온 챔스 8강이라는 무대에서 대체로 잘 싸웠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아스날 팬의 시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에 초점을 맞추어 리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경기를 보면서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겠다. 
 
 

 

 
아스날 (4-3-3): 다비드 라야 - 벤 화이트, 윌리암 살리바,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야쿠프 키비오르 - 마르틴 외데고르, 조르지뉴, 데클란 라이스 - 부카요 사카, 카이 하베르츠,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 (감독: 미켈 아르테타) 
 
바이에른 뮌헨 (4-2-3-1): 마누엘 노이어 - 요주아 키미히, 마테이스 더 리흐트, 에릭 다이어, 알폰소 데이비스 - 레온 고레츠카, 콘라트 라이머 - 리로이 사네, 자말 무시알라, 세르주 그나브리 - 해리 케인 (감독: 토마스 투헬) 
 
최근의 흐름과 아스날의 홈 어드밴티지, 바이언의 원정 팬들이 1차전에 입장할 수 없다는 징계 등으로 인해 아스날의 우위가 점쳐졌다. 실제로 아스날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으며 바이언은 주로 역습을 통해 공격했다. 그리고 아스날은 계속된 공략 끝에 2골을 득점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나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단체로 집중력을 잃으며 2골을 똑같이 실점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도 보여주었다. 요약하자면 잘하다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이 뼈아팠다. 
 
 

사카, 외데고르, 화이트의 훌륭한 우측면 공략 

 
아스날의 볼 점유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전방위적으로 고르게 공격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스 안 진입을 시도할 때 효과를 보았던 것은 주로 우측면에서 세 선수의 연계를 통한 공격이었다. 오늘 부카요 사카는 선제골을 득점하였지만 찬스를 놓치는 장면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알폰소 데이비스와의 1대1 승부에서 밀리는 등 평소의 사카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아스날이 사카를 중심으로 바이언의 좌측을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카의 뒤를 받쳐주는 외데고르와 화이트 덕분이다. 
 
센터백으로 시작해서 라이트백으로 보직을 옮긴 벤 화이트는 갈수록 공격에서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며 요즘은 아예 윙백처럼 전진한다. 그리고 팀의 메인 플레이메이커 마르틴 외데고르 또한 우측면에서의 영향력이 높다. 사카 - 외데고르 - 화이트 삼각편대는 높은 테크닉과 지능, 훌륭한 호흡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데이비스를 괴롭혔다. 때때로 중앙의 하베르츠까지 가세했고 선제골 장면도 이 4명의 연계가 기점이 되었다.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우측면을 집중 공략했다는 것은 반대로 좌측면에 소홀했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아스날의 좌측 공격은 별로 위력이 없다. 라인업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야쿠프 키비오르는 화이트처럼 센터백이 본래 포지션이긴 하지만 화이트만큼의 공격적인 재능은 없기에, 풀백으로 기용되었을 때는 측면 수비 이상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지 못한다. 또한 레프트윙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는 사카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2선 중앙의 외데고르도 우측면 위주의 플레이를 선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팀 공격 방향이 우측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 경기에서는 이 우측면 쏠림 현상이 평소보다도 더 두드러졌다. 마르티넬리의 폼이 바닥을 찍으며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간간히 변칙적으로 시도해야할 무기인 좌측면 공격이 윙어의 부진으로 인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반전에 아르테타 감독이 제주스와 트로사르, 진첸코를 투입하며 변화를 주긴 했지만, 정석적인 좌측면 공략보다는 좌측면과 중앙 사이의 하프스페이스를 노린 수에 가까웠다. 진첸코는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는 유형이 아닌, 공격 상황에서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하는 선수이기에 파이널 써드 진입 이전 3선 좌우 간격을 넓히는 것과 중앙에서의 전진에는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막힌 좌측면을 뚫어줄 카드는 아니다. 제주스는 오늘 중앙에서 팀 공격의 중심점이 되는 역할에 가까웠으며 좋은 플레이도 중앙에서 나왔다. 트로사르 역시 중앙으로의 컷인 플레이를 통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아스날의 비대칭적인 공격은 상대에게 혼란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공격 루트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도 존재하는 양날의 검이다. 아스날이 앞으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골키퍼의 퀄리티 차이가 불러온 나비 효과 

 
아스날의 실점에 대해 분석해보면 순간적으로 모든 수비 플레이어들이 집중력을 잃은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첫 실점 장면과, 두 번째 실점의 원인이 된 페널티킥 헌납 장면 모두 그러하다. 그 두 과정에서 모두 자기 포지션의 기본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하나 눈에 띈다. 바로 골키퍼 다비드 라야이다. 
 
원래 스위퍼 키퍼로서의 완성도 높은 기량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라야이기에 오늘의 부진이 더욱 아쉽다. 특히 상대 팀의 골키퍼가 다름 아닌 스위퍼 키퍼의 정점에 올라있는 마누엘 노이어라서 더욱 대조적으로 보인다. 
 
첫 실점 장면을 복기해보면, 아스날 진영에 떨어진 볼을 수비수가 잡았는데 이때 소통이 잘 안 되었던 것인지 라야가 지나치게 앞으로 나왔다. 평범한 볼이었지만 최후방의 골키퍼가 위치를 잘못 잡았기에 상대의 압박을 골키퍼를 향한 백패스를 통해 벗어날 수가 없었고, 결국 압박에 둘러싸인 채 무리해서 앞으로 패스했다가 패스 미스가 발생했다. 라야의 잘못된 위치 선정이 실점으로 이어진 플레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전진은 골문과의 거리를 벌려놓는다. 라야는 저 플레이 직후 급하게 골라인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비어있는 골문을 노리는 상대의 빠른 역습은 그 자체로 수비라인에 큰 혼란을 준다. 그것이 아군의 실수로 나온 갑작스러운 소유권 헌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제일 뒤에 있는 골키퍼가 급하게 골문을 지키러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그 혼란은 배가 되고 수비수들은 자신의 위치를 잡기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순간적인 역동작에 걸려 손쉽게 뚫린 라이스를 비롯하여 수비진에 있던 선수 전원이 마치 오합지졸과도 같게 되었다. 라야의 실책으로 인해 소유권을 내준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수비 난이도를 더욱 올려놓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두 번째 실점은 어떤가? PK를 내준 장면에서는 라야의 책임은 없다. 사네의 드리블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동선을 따라 진행되었지만 묘한 페인팅에 아스날의 수비수들이 차례대로 속아넘어가며 슬라이딩 태클 미스를 범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사네가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간신히 그를 저지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하필 파울이었기에 큰일이 나고 만 것이다. 적어도 이 부분은 라야가 아닌 수비수들의 책임이고 사네를 칭찬해야할 부분이다. 
 
그리고 PK 역시 보통 실점해도 골키퍼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라야의 다이빙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케인의 속임 동작에 그대로 당하며 키커가 공을 차기도 전에 옆으로 자빠져버리는 치욕을 맛보았다. 라야가 제대로 다이빙을 시도했더라도 실점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지만, 똑같은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프로 축구선수로서 굉장히 부끄러운 플레이였고 이것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면 프로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그렇다면 상대편의 노이어는 어땠나? 전반적으로 먹힐 것을 먹히고 막을 것을 막았으며 후방 빌드업에서 노련하게 볼을 전진시킨 것이 노이어라는 선수의 이름값 치고는 다소 평범해보일 수 있었으나, 스위퍼 키퍼가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마침 라야가 실책을 통해 보여주었기에 저런 평범한 플레이들을 실수 없이 해내는 것도 충분히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경기 막판에 노이어다운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며 그 클래스를 입증했다. 순식간에 부카요 사카에게 1대1 찬스가 왔고 노이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진하여 각을 좁혔는데, 왼쪽으로 제끼려던 사카와 충돌하며 사카가 넘어지고 아스날의 빅 찬스가 무산되었다. 박스 안에서 일어난 상황이기에 '이거 페널티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모두가 표했지만 심판의 판정은 노 파울이었다. 나 역시 이것이 왜 파울이 아닌지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으나, 리플레이를 보니 납득이 가는 판정이었다. 
 
노이어가 앞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노이어는 사카와 닿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멈추고 다리를 뒤로 빼며 충돌을 피하려는 듯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충돌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근거였으며, 그 덕분에 노 파울이 선언되었다.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다른 골키퍼였다면 어땠을까? 늦은 판단으로 제대로 튀어나오지 못해 그대로 프리 찬스를 허용했거나, 사카의 터치에 제쳐지며 빈 골대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제때 튀어나왔더라도 그대로 사카와 충돌하여 PK를 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판단하고 전진하여 슈팅 각도를 좁히고 충돌 직전에 멈추며 고의성이 없음을 어필해야하는 매우 난도 높은 플레이가 요구된 장면이었는데, 이를 해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선수가 노이어 말고 있을까? 
 
인간은 보통 경기에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본능적으로 상대와의 비교를 통해 아군의 '역적'을 찾게 된다. 어느 부분에서 상대방보다 모자랐는지, 어디서 승부가 갈렸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아스날의 선발 11명에 감독을 포함한 총 12명을 바이언의 12명과 비교했을 때, 같은 포지션의 상대방보다 확실히 부진했고 미숙했던 선수는 라야이다. 꼭 라야 때문에 이기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고 그래서는 안 되지만, 표면적으로 '골키퍼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고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스날이 우세한 경기를 평등하게 마치게 된 것은 양팀 골키퍼의 퍼포먼스 차이가 불러온 나비 효과일 수도 있다. 
 
 

패배에서 구한 구세주 JESUS 

 
바이언에서 사네와 노이어가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었다면 아스날에서는 동점골의 일등공신 가브리에우 제주스를 뽑을 수 있겠다. 박스 안에서 쫄깃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제친 뒤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완벽한 프리 찬스를 내줬다. 트로사르는 시원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이에 화답했다. 
 
상대의 수비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접으며 수비를 벗겨내는 제주스 특유의 드리블은 그야말로 월드클래스를 넘어 세계 제일의 경지라고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장점이 제대로 나온 장면이었고 그는 홈 패배라는 최악의 경우를 면하게 해준 구세주가 되었다. 
 
 

동영상 출처: 에펨코리아 "찰스왓츠"님

 
 
제주스가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하베르츠와 함께 변형 투톱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사카라는 확고한 주전이 있는 라이트윙과 다르게 레프트윙 자리에는 주전으로 기용하기에는 썩 못 미더운 선수들이 많다. 좌측면과 중앙을 넓게 오가며 동료와 스위칭할 수 있는 제주스와 하베르츠를 하나는 중앙에, 하나는 좌측에 배치하여 끊임없이 상대를 흔들도록 해야한다. 뛰어난 오프 더 볼과 넓은 활동량을 가진 하베르츠, 화려한 발재간을 가진 제주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팀의 세부적인 동선을 잘 맞춘다면 매우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해지는 조합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두 선수가 계속 호흡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데 제주스의 잦은 부상은 이에 걸림돌이 된다. 시즌 종료 후의 이적시장에서 어쩌면 최전방 공격수에 또 거액을 투자해야할 수도 있다. 
 
 
 

선수들 한줄평, 평점 

 
평점 (1~10) 
주로 5~9점 사이에 분포 
5점: 못함 
6졈: 평범하나 조금 아쉬움 
7점: 준수하게 잘함 
8점: 뛰어난 활약을 펼침 
9점: 최우수 선수 급 맹활약 
 
아스날 
 
다비드 라야(5): 실점 장면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대의 적은 점유와 찬스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실책으로 1골을 그대로 내주었다는 것은 질책받아야 마땅하다. 
 
벤 화이트(8): 공수양면에서 높은 기량과 기여도를 보여준 수비진의 No.1 에이스이다. 공격에서는 과감한 오버래핑과 유려한 연계를 통해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고 수비에서는 빠른 수비 복귀를 통해 바이언의 좌측면 공격을 억제했다. 특히 사네에게 추가골을 실점할뻔한 상황에서 훌륭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윌리암 살리바(6): 후방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하는 것은 평소의 살리바였지만 몇몇 장면에서의 불안한 수비 안정성은 평소와 달랐다.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6): 파트너 살리바와 함께 수비에서 가끔씩 불안을 노출했으며 특히 어이없는 핸드볼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판이 제대로 판정했다면 페널티킥이 나왔을 것이다. 
 
야쿠프 키비오르(5): 왜 벤치가 알맞는 포지션인지 어김없이 증명했다. 낮은 공격 기여도와 더불어 수비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도 원래 선발로 나올 기량이 아닌 선수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딱히 그를 탓하고 싶진 않다. 자신의 그릇에 알맞는 경기력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마르틴 외데고르(9): 오늘 경기 최고의 선수이다. 경기 내내 아스날 패스 플레이의 주축이 되었으며 우측면 트리오의 일원으로서 연계를 통한 찬스메이킹도 자주 이끌어냈다. 또한 많은 활동량과 점점 늘어나는 수비력으로 중원 싸움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출한 장면을 보여준건 아니지만 경기에서 가장 꾸준하게 높은 영향력을 보여준건 바로 외데고르이다.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고 공식 MOM에도 선정되었다. 
 
조르지뉴(6): 현재 아스날 전력의 한계와 딜레마를 보여주는 선수. 아르테타 감독이 후방 빌드업과 탈압박에 높게 관여시키며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포백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큰 하자가 강팀 상대로는 제대로 드러난다. 오늘도 아스날이 치명적인 역습을 자주 허용하게 된 것에 조르지뉴 기용의 리스크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다만 조르지뉴 개인의 경기력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조르지뉴를 기용할 때 나타나는 전술적인 리스크가 작용한 것이기에 조르지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조르지뉴라는 선수의 스타일과 장단점을 모두가 안다. 그를 기용할 때 얻는 이득과 손실을 모두 고려하고 그를 선택했고 그 결과 손실이 더 컸던 것이기에, 선수의 기량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전략적인 실패라고 봐야한다. 또한 오늘 조르지뉴의 컨디션과 개인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좋았다. 박스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그를 돌파하려던 무시알라와의 1대1 승부를 가볍게 막아낸 장면은 놀라웠다. 
 
데클란 라이스(7): 평소보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라이스는 라이스다. 라이스가 없다면 아스날의 축구는 성립하지 않는다. 팀의 다른 포지션들이 지니고 있는 약점들을 절묘하게 다 보완해주는 조각이 바로 라이스다. 오늘도 중요한 롤을 맡아 높은 영향력을 보여주었지만 동점골 실점 장면에서 너무 쉽게 돌파당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 
 
부카요 사카(7): 무난하고 평범하진 않았지만, 오늘 경기에서의 활약상을 평균내보면 무난하고 평범하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알폰소 데이비스에게 1대1로 자주 막혔지만, 동료를 활용한 연계로는 그를 바보로 만들었다. 정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득점했지만, 아쉬운 판단으로 역전골 찬스를 날리기도 했다. 빠르게 슈팅을 하거나 확실한 동작으로 골키퍼를 제치기보다는 애매한 움직임으로 충돌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카이 하베르츠(7): 빛나지는 않았지만 1인분 이상은 기여해주는 선수. 워낙 활동량이 많고 압박에 적극적이며 밑으로 내려와서 수비적인 기여도도 높게 보여주는 선수이기에 저점이 높다. 오늘도 굳이 분류하자면 저점에 가깝지만 그 저점이 다른 선수에 비해 높은 것이다.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5): 아무래도 블로그에 격식을 갖추고 쓰는 글이기에, 내가 이 선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담아낼 수가 없다. 단순하고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그는 쓰레기다.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값비싼 팽이 윙어가 생각나는 부진이었다. 
 
올렉산드르 진첸코(7): 교체로 들어와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그의 투입 당시 많은 구너들은 좌측 수비에 구멍이 뚫릴 것을 우려했지만, 의외로 수비에서도 안정적으로 사네를 견제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8): 동점골을 만들어낸 클러치는 오늘 경기 최고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전체적인 경기력도 좋았다. 다만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 선수이기에 이 이상의 평점을 줄 수는 없다. 
 
레안드로 트로사르(8): 동점골 찬스를 살려 득점해낸 영웅이며 전체적인 경기력도 좋았다. 다만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 선수이기에 이 이상의 평점을 줄 수는 없다. 
 
토마스 파티(6): 짧은 시간이었지만 복귀전을 치렀는데, 아직 폼이 올라오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나쁜 플레이를 일삼았다. 그래도 짧게 뛰어 팀에 미친 해악이 적기에 이 이하의 평점을 주진 않겠다. 
 
바이에른 뮌헨 
 
마누엘 노이어(8): 최후방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으며, 막판에는 역전골 찬스를 놀라운 판단으로 막아냈다. 
 
요주아 키미히(7): 아스날의 좌측면을 성공적으로 봉쇄했다. 비록 맞대결 상대가 매우 못하긴 했지만, 키미히 역시 잘했다. 
 
마테이스 더 리흐트(7): 아스날 위주로 경기를 봐서인지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래도 경기를 주도한 아스날을 2실점으로 막은 것과 눈에 띄는 실수가 없었다는 것을 높게 쳐주고 싶다. 
 
에릭 다이어(6): 다이어가 가진 툴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드러났지만, 경기에 더 많이 관여한건 그의 약점이었다. 적극적인 소통과 수비라인 지휘라는 그의 강점, 센터백으로서의 볼품없는 기본기와 낮은 적극성이라는 그의 약점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의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발휘되었다. 
 
알폰소 데이비스(6): 부카요 사카를 1대1로는 잘 막아냈지만, 삼각편대로 들어오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공격에서도 그에게 기대하는 바인 폭발적인 오버래핑이 잘 나오지 않으며 대체로 기대 이하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레온 고레츠카(8): 라이스와 외데고르를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며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콘라트 라이머(7): 고레츠카와 함께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이번 경기 원정 무승부의 공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리로이 사네(9): 많지 않은 공격 기회를 솔로 플레이를 통해 결정적인 찬스로 바꿔놓았고 그 중 1개는 페널티킥 획득으로 이어졌다. 그의 드리블에 아스날 수비진이 무너지던 것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다. 
 
자말 무시알라(6): 평소보다 부진했다. 상대의 포백 바로 앞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서 조르지뉴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했는데, 무시알라의 폼이 좋지 못하여 그쪽 방면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세르주 그나브리(8): 동점골 장면에서 좋은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정확한 마무리를 보여준 공이 크다. 그 이외의 경기력은 좋은 편에 들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득점 장면에서의 지분이 상당하기에 높게 평가하겠다. 
 
해리 케인(7):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양쪽 윙어들을 살렸다. 페널티 키커로 나서서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완벽한 킥을 선보이기도 했다. 
 
킹슬리 코망(6): 교체로 들어와서 간간히 번뜩이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라파엘 게헤이루(6): 딱히 할 말이 없다. 
 
 
 
 

경기 한줄평 

아스날의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실제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이끌어갔으나 치명적인 역습 찬스를 번번히 내주었고 그 때마다 자주 집중력을 잃으며 많은 실점을 했다. 소위 말하는 팀적인 축구력은 앞섰으나 그것을 승부로 직결시키지 못한 것이 현재 아스날이 보완해가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