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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아탈란타 BC vs 바이어 04 레버쿠젠 후기 -'명장병'에 걸린 알론소를 손바닥에서 가지고 논 가스페리니

Griezee7 2024. 5.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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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아탈란타 BC vs 바이어 04 레버쿠젠 후기 

'명장병'에 걸린 알론소를 손바닥에서 가지고 논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BC (3-4-3): 후안 무소 - 베라트 짐시티, 이삭 히엔, 세아드 콜라시나츠 - 다비데 차파코스타, 퇸 코프메이너르스, 에데르송, 마테오 루제리 - 샤를 더 케텔라러, 잔루카 스카마카, 아데몰라 루크먼 (감독: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바이어 04 레버쿠젠 (3-4-2-1): 마체이 코바르시 - 요시프 스타니시치, 요나탄 타, 에드몽 탑소바 - 제레미 프림퐁, 에세키엘 팔라시오스, 그라니트 자카, 피에로 잉카피에 - 플로리안 비르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 아민 아들리 (감독: 샤비 알론소)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내내 주력으로 사용하던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정확히는 리그에서 후반기에 종종 사용한 6명의 수비수를 기용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두꺼운 수준급 수비수 뎁스, 중앙과 측면을 겸할 수 있는 수비 자원들과 공격력이 뛰어난 윙백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면서 그리말도와 프림퐁을 변칙적으로 공격수처럼 전진시키는 기발한 비대칭 전술이다. 

 

 

 

그리말도와 프림퐁 중 하나를 최전방 쓰리톱의 일원으로 전진시키고, 그리말도가 전진했을 경우 잉카피에가 왼쪽 윙백을, 프림퐁이 전진했을 경우 스타니시치가 오른쪽 윙백을 채우는 형태를 보여주며 마치 펜듈럼처럼 좌우를 번갈아가며 공략할 수 있는 높은 유동성을 가진 전술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센터 포워드 자원인 빅터 보니페이스와 파트리스 시크를 선발에서 배제하고 아민 아들리를 펄스 나인으로 기용하며 알론소가 추구하는 유동성과 스위칭 플레이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알론소의 의도와 꿈은 가스페리니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며 짓밟혔다. 가스페리니는 어떻게 이번 시즌 "무적의 팀" 레버쿠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수 있었을까? 

 

 

양팀 주전급 자원들의 피지컬 격차 

 

먼저 오늘 경기 양팀 선발 선수들의 신장을 알아보자. (단위: cm) 

 

 

아탈란타 BC 

무소 191 
짐시티 190 
히엔 191 
콜라시나츠 183 
차파코스타 182 
에데르송 182 
코프메이너르스 184 
루제리 187 
더 케텔라러 192 
스카마카 195 
루크먼 174 

레버쿠젠 

코바르시 196 
스타니시치 187 
타 195 
탑소바 192 
프림퐁 172 
자카 186 
팔라시오스 177 
잉카피에 184 
비르츠 177 
그리말도 171 
아들리 174 

 

 

대체로 아탈란타의 선수들이 키가 상당히 더 큰 것을 바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팀 수비진의 신장은 (짐시티 - 히엔 - 콜라시나츠 vs 스타니시치 - 타 - 탑소바 - 잉카피에) 190 - 191 - 183 vs 187 - 195 - 192 - 184로 레버쿠젠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183cm인 콜라시나츠는 신장에 비해 엄청난 수준의 덩치이기에 수비진 전체적인 신체 능력은 아탈란타가 레버쿠젠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윙백과 공격진의 신장을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윙백의 신장은 (차파코스타 - 루제리 vs 프림퐁 - 그리말도) 182 - 187 vs 172 - 171로 아탈란타가 훨씬 우위에 있으며, 공격진의 신장은 (더 케텔라러 - 스카마카 - 루크먼 vs 비르츠 - 아들리) 192 - 195 - 174 vs 177 - 174로 수준이 다르다. 

 

특히 공격진과 수비진의 매치업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아탈란타의 공격수들은 레버쿠젠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지언정 신체적인 경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레버쿠젠의 공격수들은 아탈란타의 수비수들과 가까이 붙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번 시즌 아탈란타는 이러한 신체적인 강점을 적극 이용하여 맨투맨 방식의 플레이를 활용하는 팀이다. 강한 피지컬을 지니고 대인수비에 능한 수비수들을 중용하며 거구의 공격수인 스카마카와 장신의 더 케텔라러를 효과적인 전방압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수비에서 대세인 지역방어가 아닌 대인방어를 주력으로 삼으며 공격에서도 상대와 일대일 매치업을 붙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팀을 상대로, 레버쿠젠은 신체적인 열세를 완화할 수 있는 방책을 사실상 유기하다시피 했다. 최전방에서 경합을 해줄 수 있는 주전 스트라이커 보니페이스를 비롯하여 장신의 공격수들인 시크와 흘로제크, 이글레시아스 등을 모두 외면하고 단신의 선수들로만 공격진을 꾸리며 아탈란타의 대인방어 함정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자멸을 택했다. 

 

물론 알론소의 선택이 이해가 완전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의도는 분명하다. 알론소가 추구하는 높은 유동성과 스위칭 플레이 활용도에 적합한 시스템이고, 여기에 제로톱 옵션을 추가하며 끊임없는 압박과 빠른 연계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뒷공간을 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그렇게 준비한 것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알론소는 그 전까지 무패의 감독이었기에 자신의 전술과 철학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던 것은 당연하나, 이번 경기에서는 지나치게 오만했다. 

 

그리고 전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에서 고전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렇게 패배할 뻔한 위기를 특유의 위닝 멘탈리티로 극복하고 심판 판정에서 운이 따르며 간신히 무패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이는 전술이 조금씩 파훼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시즌 말미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이상만을 쫓으며 상대의 강함을 외면했다. 

 

 

가스페리니의 맨투맨 전략 

 

알론소가 큰 실책을 범한 것과 반대로, 가스페리니는 자신의 팀이 전체적인 열세로 평가받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크게 앞서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어쩌면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보일만큼 공수양면에서 강력한 맨투맨 플레이를 지시했다. 

 

흔히 가스페리니 하면 높은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를 떠올리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구의 수비수들을 활용한 대인방어 체계에서는 해당이 안 되는 말이다. 일반적인 지역방어 체계에서는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어느 정도 이상으로 따라붙지 않으니 먼 간격이 형성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라인을 높인다면 상대 공격수에게 뒷공간 침투라는 옵션이 생긴다. 하지만 대인방어 체계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신체적으로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다. 상대 공격수는 웬만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 경기는 여러 돌발적인 변수가 작용하므로 간혹 공간이 열릴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거구의 수비수에게 일대일로 강하게 마크당하는 공격수가 뒷공간으로 침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거구의 공격수인 스카마카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큰 효과를 가져왔다. 전방압박의 주된 목적인 높은 위치에서의 볼 탈취 역시 효과를 보았지만 상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는 효과도 컸다. 덕분에 아탈란타는 공격 시 전진한 수비수들이 수비 시 빠르게 후방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가스페리니의 축구가 가질 수 있는 리스크는 최소화되었고, 아탈란타는 공격 시 수비수들의 전진을 평소처럼 활용하면서도 수비 시에는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지 않고 미리 밀집수비를 형성하여 대응할 수 있었다. 

 

레버쿠젠은 높은 점유율과 패스 횟수에도 불구하고, 아탈란타의 수비에 틀어막혀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도 역시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측면 활용과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는 간간히 효과를 보았지만, 그 찬스의 끝은 아쉬운 마무리였다. 몇 안 되는 찬스일지라도 골 결정력이 날카로운 스트라이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득점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레버쿠젠은 보니페이스를 기용하지 않았기에 박스 안 마무리에 익숙하지 않은 비르츠와 그리말도가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 기회들은 모두 무산되었다. 비르츠가 아무리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고 그리말도의 공격력이 폭발적이라 한들, 그것은 그들이 뛰는 영역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박스 안에서 팀의 공격 찬스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는 아니다. 

 

 

또한 공격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아탈란타는 큰 체격의 공격수 2명과 드리블러 1명으로 쓰리톱을 구성하여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특히 드리블러인 루크먼은 여러 명의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드리블로 전진할 수 있는 선수이며 윙백 루제리와의 연계라는 선택지도 있기에 자신에게 상대 선수 여러 명이 붙도록 유도할 수 있는 선수다. 스카마카와 더 케텔라러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수는 그들을 일대일로 막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적극적인 맨투맨 유도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역으로 압박하고, 루제리와 차파코스타를 통한 적절한 측면 활용을 가미하여 압도적인 공격 효율을 보여주었다. 물론 루크먼의 기량이 불을 뿜었기에 해트트릭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양상이 아탈란타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아탈란타의 포지션 파괴 

 

양팀이 맞붙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었던 측면 공격. 앞서 말한 양팀 간 신체적 격차와 이를 완화하지 못했던 알론소의 실책,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가스페리니의 노련함으로 인해 경기의 기반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현대 전술의 세심한 디테일의 무대이자 양팀의 주 공격 루트인 양쪽 측면에서의 모습도 상반되었다.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플레이가 이루어지면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양날의 검을 가지게 된다. 사이드라인은 그 자체로 구멍이 없는 완벽한 압박 라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을 가진 플레이어는 경기장 안쪽을 바라보게 되고 뒤를 보지 않아도 된다. 시야가 180도로 제한되는 대신 배후에서 달려드는 압박에 대한 위험이 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격에 유리하고 수비에 불리한지, 아니면 공격에 불리하고 수비에 유리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그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팀에게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팀에게 불리할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레버쿠젠의 공격은 그리말도 또는 프림퐁을 변칙적으로 공격수로 올리고 그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도 경기장 전체를 전반적으로 넓게 쓰고자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윙백과 2선 공격수, 3선 미드필더 간의 잦은 스위칭과 조직적인 연계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며 이를 위해 포지셔널 플레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의 대부분은 레버쿠젠의 공격수들이 아탈란타의 철저한 대인수비에 완전히 집어삼켜지며 물거품이 되었다. 

 

레버쿠젠 선수들이 아탈란타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 봐도 그들은 강도 높은 대인수비와 밀집수비를 잘 뚫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약속된 팀 플레이의 성공으로 인해 자신에게 열린 공간이 주어졌을 때 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능하지,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뚫어내거나 공간을 여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모자라다. 그래서 아탈란타의 대인수비는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윙백인 그리말도와 프림퐁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일대일로 마크를 붙여도 신체 능력으로 압살하는데 상대는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리는 것에 능하지도 않으며, 사이드라인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상대의 공간 활용도 막힌데다가 협력수비까지 붙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공을 뺏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리말도는 간간히 비르츠, 자카와의 연계를 통해 공간을 열고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으나, 프림퐁은 수비수와 사이드라인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아탈란타에게 공을 헌납할 뿐이었다. 

 

반대로 아탈란타는 측면에서 공을 잡는 상황을 절묘하게 잘 활용했다. 측면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공격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그 측면에 팀의 자원의 밀도가 높아지고 중심이 이동하게 된다. 공격의 기점이 일반적인 2선의 중앙이 아니라 사이드라인 근처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세부전술을 어떻게 구성할까?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공을 잡은 선수 A는 경기장 안쪽을 바라보고 공을 전달해야한다. 반대로 그 선수를 압박하는 상대 선수 B는 사이드라인을 바라보고 경기장 중앙을 등지며, 중앙에서 수비진의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 C는 B의 배후에서 움직이므로 B는 C를 보지 못한다. 평범한 감독은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단순하게, 윙백에게 A 역할을 맡기고 그 옆의 미드필더에게 C 역할을 맡길 뿐이다. 

 

그러나 유능한 감독이라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A는 시야와 패스 능력이 요구되는 역할이고, C는 순간적인 침투와 오프 더 볼이 요구되는 역할이다. 그런데 윙백에게 A를 시키고 미드필더에게 C를 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침투하는 C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미드필더가 A를 맡아야하고 침투에 능한 윙백이 C를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 경기에서의 아탈란타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선제골 장면을 보자. 우측면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코프메이너르스가 볼 키핑을 통해 잠시 시간을 벌고 상대의 압박을 자신에게 유도하였으며, 그렇게 생긴 틈새로 차파코스타가 안쪽에서 침투해 들어갔다. 코프메이너르스의 스루패스는 정확하게 차파코스타에게 전달되었고 차파코스타는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잡고 컷백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정확도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공은 박스 중앙의 선수들을 지나쳐서 빠르게 침투한 루크먼에게 정확히 전달되었고 간단하게 득점이 만들어졌다. 

 

 

이 선제골 장면에서, 볼 키핑과 전진 패스에 능한 미드필더 코프메이너르스가 측면에서 공격의 기점이 되었으며 오프 더 볼과 침투 움직임에 능한 윙백 차파코스타가 안쪽에서 침투하는 역할을 맡았고 이들의 이러한 변칙 플레이는 레버쿠젠의 그리말도와 자카를 아주 간단하게 무력화시키고 골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플레이였다. 

 

이 장면 말고도 아탈란타가 정해진 포지션의 틀을 파괴한 장면은 상당히 많았다. 아탈란타는 일반적인 지역방어를 버리고, 철저히 대인방어에만 집중했는데 비교적 전방에서 맨투맨 압박을 시전할 때는 후방의 수비라인 형태가 깨지는 것까지 감수할 정도였다. 그만큼 상대와의 피지컬 격차가 크게 났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인마크를 시도할수록 수비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활용한 것이다. 

 

보통의 경기에서라면 아탈란타의 수비 전략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데, 이 경기에서는 그 리스크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이 장면이다. 레버쿠젠의 역습 상황에서 선봉에 선 비르츠가 패스를 받아 아탈란타의 빈 공간을 질주했다. 그를 막을 수비수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중앙 미드필더인 에데르송이 그를 쫓아가야했다. 그러나 비르츠는 직접적인 라인 브레이킹에 능한 선수가 아니고, 에데르송은 강한 운동 능력이 강점인 선수였다. 결국 비르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데르송은 빠르게 비르츠를 뒤쫓아 그를 막아냈다. 아탈란타의 수비진에 균열이 생겨도 신체 능력으로 쉽게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선수들 한줄평, 평점 

 

평점 (1~10) 

주로 5~9점 사이에 분포 

5점: 못함 

6졈: 평범하나 조금 아쉬움 

7점: 준수하게 잘함 

8점: 뛰어난 활약을 펼침 

9점: 최우수 선수 급 맹활약 

 

아탈란타 BC 

 

후안 무소(7): 준수한 활약을 했다. 선방뿐만 아니라 킥을 통한 공격 전개에서도 빛났다. 

 

베라트 짐시티(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의 일원이었으며 특히 레버쿠젠이 자랑하는 비르츠와 그리말도의 좌측면 공격 콤비를 상대해야했기에 더욱 어려운 임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해냈다. 

 

이삭 히엔(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에서 중심 축을 담당했다. 그가 버티는 중앙을 레버쿠젠은 감히 뚫고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세아드 콜라시나츠(8): 레버쿠젠의 공격을 틀어막은 철벽 수비진의 일원이었으며 특히 프림퐁을 완전히 농락하며 그에게 굴욕을 선사했다. 

 

다비데 차파코스타(8): 수비에서 준수했고 그의 장점인 오프 더 볼을 살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선제골 장면에서 그리말도의 사각지대로 침투한 움직임은 일품. 

 

퇸 코프메이너르스(9): 양팀의 중원 대결에서 수준 차이를 보여주며 경기를 지배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며 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에데르송(8): 넓은 영역을 빈틈없이 커버하고 때로는 동료의 빈 공간마저 메우는 괴물같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마테오 루제리(7): 공수양면에서 준수했다. 루크먼과의 호흡이 좋았다. 

 

샤를 더 케텔라러(7): 개인의 플레이는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존재 자체가 전술적으로 큰 위협이 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잔루카 스카마카(8): 훌륭한 타겟터 그 자체로 좋은 활약을 했다.  

 

아데몰라 루크먼(10): 결승전 해트트릭의 주인공인데 그 3골에서 모두 그의 개인 기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니 어찌 10점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골 장면을 빼놓고 봐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  

 

교체 선수들(조르조 스칼비니, 마리오 파샬리치, 한스 하테부르, 엘 빌랄 투레, 라파엘 톨로이): 딱히 코멘트할게 없다. 

 

레버쿠젠 

 

마체이 코바르시(6): 3실점을 했는데 딱히 골키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실점 억제에 별 기여가 없었다.  

 

요시프 스타니시치(6):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요나탄 타(7): 그래도 타가 수비의 중앙을 지켜주며 스카마카에게 압도당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에드몽 탑소바(6): 나쁘진 않았던거 같은데 좋은 평가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제레미 프림퐁(5): 이 선수는 과대평가되었다. 동료와 공간의 도움 없이는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자기 힘으로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이번 시즌 최고의 플루크는 이 사람이다.  

 

에세키엘 팔라시오스(6): 못한건 아닌데 첫 실점 장면에서 쇄도하는 루크먼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 

 

그라니트 자카(7): 그래도 그나마 잘한 축에 속했다. 

 

피에로 잉카피에(6):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플로리안 비르츠(6): 열심히는 하셨는데 그뿐이다.  

 

알레한드로 그리말도(6):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나 그래도 간간히 자카, 비르츠와의 호흡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긴 했다. 

 

아민 아들리(6): 열심히는 하셨다. 평범한 2선 자원으로 출전했다면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를 펄스 나인으로 출전시킨 알론소의 탓이 크다. 

 

교체 선수들(빅터 보니페이스, 로베르트 안드리히, 아담 흘로제크, 파트리크 시크, 네이선 텔러): 딱히 코멘트할게 없다. 

 

 

 

 

경기 한줄평 

 

결국 이 경기의 모든 근본적인 차이는 개개인의 신체 능력 격차에서 나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알론소는 그 차이를 간과한 채 무리수를 뒀고, 가스페리니는 그 차이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아탈란타가 단순히 우월한 피지컬만으로 밀어붙여서 승리한 것도 아니다. 우월한 피지컬을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 쓰고 그렇게 확보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상대보다 더욱 과감한 세부전술을 성공시킬 수 있었기에 그들의 테크닉과 전술 수행 능력까지 모두 빛날 수 있었다. 

 

알론소는 이번 경기에서 큰 교훈을 깨달아야 더욱 뛰어난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첫 풀타임 시즌에서 드러난 약점이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스페리니는 이번 시즌이 아탈란타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날의 승리와 우승 트로피가 아탈란타에게 바치는 작별 선물로 남을지, 아니면 아탈란타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