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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역대 최고의 라이벌리 TOP10 - 10위. 배리 샌더스 VS 에밋 스미스 『왕조의 별에 도전한 사자의 심장』

Griezee7 2025. 9. 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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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라는 종목에 대해 다룰 때,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여러가지가 있다. 엄청난 피지컬 괴물들이 서로 격하게 부딪히는 장면과 더불어, 공을 든 러닝백이 상대 수비를 요리조리 따돌리며 전진하는 장면 역시 대표적일 것이다. 러닝백은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그인 NFL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포지션임과 동시에 미식축구라는 종목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런 러닝백 포지션에서 여러 전설적인 선수들이 나오기도 했고, 여러 상징적인 장면을 낳기도 했으며, 오늘 소개할 이 라이벌리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바로 1990년대 NFL을 대표한 두 슈퍼스타 러닝백, 배리 샌더스와 에밋 스미스 되시겠다. 
 
 

Storyline -서사- 

샌더스는 스미스보다 1년 앞서 NFL에 데뷔했고, 루키 시즌부터 1,400야드가 넘는 거리를 전진하며 올-프로 퍼스트 팀에 선정되고 올해의 오펜시브 루키를 수상하는 등 단숨에 리그 최고의 러닝백으로 올라섰다. 이듬해 스미스가 데뷔하였고 스미스는 샌더스만한 성적을 곧바로 올리지는 못했지만 역시나 준수한 성적으로 올해의 오펜시브 루키를 수상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2년 연속으로 등장한 두 신성 러닝백의 탄생과 동시에, 1990년대 최고의 라이벌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두 선수의 커리어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것은 다름아닌 운명이 정해준 소속팀에 의해서였다. 스미스가 당대의 강팀이자 전국구 인기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이었던 반면, 샌더스의 소속팀은 약체였던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였다. 
 
스미스는 카우보이스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쿼터백인 트로이 에이크먼, 역시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와이드 리시버 마이클 어빈과 함께 일명 "더 트리플릿츠(The Triplets)"로 불리는 공격 삼각편대를 결성하였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러싱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3번의 슈퍼볼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슈퍼볼 XXVIII에서는 슈퍼볼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카우보이스가 4시즌 간 3번의 슈퍼볼 우승을 달성하는 왕조 기간은 스미스의 전성기와 정확하게 일치했고, 스미스 역시 그 기간 동안 정규 시즌 MVP를 포함한 여러 개인 타이틀을 휩쓸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반면 샌더스는 슈퍼볼 우승은 커녕 슈퍼볼 냄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비운의 선수였다. 커리어 통산 플레이오프 출전이 고작 6경기에 그칠 뿐이다. 또한 그에게는 스미스의 트리플릿츠처럼 뛰어난 공격 동료가 없었다. 자신이 팀 오펜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기대와 부담에 부응하여 팀을 홀로 캐리해내는 유형의 선수였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 즉 우승반지나 개인 타이틀에 있어서는 스미스만큼의 화려함은 없다. 그러나 약체였던 라이언스를 여러 차례 플레이오프로 이끈 공로와 1번의 정규 시즌 MVP, 2번의 OPoY를 포함한 개인 수상 경력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마땅하며, 팀의 전성기와 함께 본인의 전성기도 끝난 스미스와 다르게 꾸준함을 보였다. 
 
두 선수가 높은 무대에서 맞붙은 대표적인 경기는 1991시즌 플레이오프 NFC 디비저널 라운드 경기였다. 이 날의 경기는 라이언스의 38-6 대승으로 끝났는데, 샌더스는 1번의 러싱 터치다운을 기록하며 스미스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때는 카우보이스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므로 이 경기로 두 선수의 우열을 판가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거나 리그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 러닝백의 라이벌리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샌더스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함께 끝이 났다. 라이언스 구단이 샌더스에게 사이닝 보너스의 절반을 요구했고, 샌더스와 사이가 틀어지자 트레이드나 방출을 통한 이적을 막아버리며 막장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구단의 행보에 환멸감을 느낀 샌더스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샌더스의 은퇴 이후에도 스미스는 커리어를 이어나갔지만 이미 전성기가 끝났기에 누적 측면에서의 마일스톤을 쌓은 것 외에는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Status -위상- 

배리 샌더스와 에밋 스미스, 두 선수는 모두 NFL 역사상 최고의 러닝백을 거론할 때 짐 브라운, 월터 페이튼 다음으로 빠짐없이 언급되는 위대한 레전드들이며 역대 랭킹에서도 매우 높은 순위에 위치해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디 애슬래틱에서 선정한 NFL 역대 TOP100 랭킹을 보면, 배리 샌더스는 27위, 에밋 스미스는 29위로 두 선수 모두 높은 순위에 올라있으며 큰 격차가 없다. 이 랭킹에서 러닝백으로만 리스트를 추려보면 짐 브라운, 월터 페이튼 다음가는 3위, 4위에 두 선수의 이름이 올라있다. 
 
 

Difference -차이점- 

러닝백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화려한 기교를 통해 상대 수비수를 요리조리 따돌리는 스캣백 타입이다. 두 번째는 상대적으로 큰 체구와 강력한 힘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태클을 온몸으로 버텨내며 밀고 나가는 파워백 타입이다. 샌더스는 스캣백 타입의 정점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선수이고, 스미스는 상대적으로 파워백 타입에 가까운 선수였다. 
 
여기서 파생된 플레이스타일의 차이도 크다. 파워 러싱을 기반으로 한 스미스가 조금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선수였고 이를 바탕으로 카우보이스의 러싱 게임을 효율적으로 이끌었다면, 이스트-웨스트 러너이자 팀의 오펜스를 홀로 떠맡았던 샌더스는 홀로 상대 수비진을 마치 장판파의 장비처럼 뚫어내야 했기에 리스크는 다소 컸지만 러싱이 잘 풀리면 단번에 수십 야드를 전진하는 빅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각각 강팀과 약팀에 소속된 상반된 운명이 가른 결정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물론 팀의 상황은 달라도 두 선수 모두 개인 기량이 매우 뛰어난 선수였기에 개인 수상은 두둑하게 챙겼다는 공통점 역시 있다. 그러나 환경의 영향은 분명히 존재했다. 스미스는 무려 3개의 슈퍼볼 우승반지를 꼈지만 샌더스는 슈퍼볼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스미스는 훌륭한 동료와 자신에게 맞춰진 전술, 상대적으로 긴 커리어 덕분에 개인 스탯을 쌓기에 더 편한 환경이었다. 실제로 스미스는 NFL 역대 통산 최다 러싱 야드, 통산 최다 러싱 터치다운, 통산 최다 러싱 시도 기록을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누적 스탯에서 샌더스의 위에 있다. 반면에 샌더스는 갑작스러운 은퇴로 인해 스미스만큼의 누적은 쌓지 못했다. 그러나 게임 당 러싱 야드, 러싱 시도 당 러싱 야드와 같은 비율 스탯에서는 우위를 점하며 러싱 야드 역시 고점은 더 높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언급해야할 사실은, 샌더스는 스탯이 전부가 아닌 선수라는 점이다. 개인의 기량에 비해 열악한 환경 때문에 스탯을 쌓기 불리했고, 단숨에 경기의 판도를 뒤집는 빅플레이가 갖는 가치는 단순한 숫자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고려한다면, 이 라이벌리의 승자를 고르는 것에 큰 고민은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Who is winner? -결론- 

한 시대를 풍미한 라이벌리는 팀 성적과 기록의 스미스냐, 개인 퍼포먼스의 샌더스냐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한 선수 간의 라이벌리가 아니라, 선수 평가에 있어서의 상반되는 2개의 기준을 대변해주는 라이벌리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이 두 선수의 비교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그 사람이 선수를 평가하는 관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고민이지만, 필자는 샌더스를 고르겠다. 선수 평가와 비교의 가장 큰 요소는 플레이를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기량과 퍼포먼스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기량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선수가 경기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의 잠재적인 고점을 생각해보자. 혼자서 여러 명의 수비수를 모두 따돌리며 수십 야드를 전진하거나 터치다운을 꽂아버리는 빅플레이가 가진 가치가 안정적인 전진의 연속보다 미학적으로나, 수학적으로나 더 크다고 생각한다. 
 
샌더스는 러닝백의 순수 실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역대 최고를 다투는 인물이다. 필자 역시 샌더스는 스캣백의 정점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파워 러싱의 기틀을 세운 짐 브라운이나 유틸리티 워크호스의 교과서인 월터 페이튼과 함께 탑3를 이룬다는 평가를 내린다. 스미스도 훌륭한 러닝백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독보적인 부분이나 한 스타일의 개척자로서의 상징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미스에게는 미안하지만, 팀의 전성기가 끝남과 동시에 본인의 커리어도 내리막을 시작한 것은, 그가 훌륭한 팀의 덕을 많이 본 선수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가 왕조의 1옵션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가 이룬 우승과 전성기의 압도적인 스탯에는 개인 기량 외적인 요소가 많이 관여했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은, 스미스의 커리어가 더 화려할지 모르나 샌더스가 더 뛰어난 선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