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해외축구라는 종목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이후,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영원한 논쟁처럼 불이 붙었던 주제가 있다. 바로 호날두 VS 메시, 누가 더 뛰어날까? 이다. 학교에 가면 운동장에서 너도 나도 호날두와 메시를 흉내내려고 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두 선수의 팬덤 간 싸움이 일상이었다. 이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뜨거웠던 논쟁거리였다. 가장 세계화가 잘 된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에서, 역대급 실력을 가진 두 선수가 같은 시대에 나타났으니 그 스타성은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축구라는 종목을 대표하는 두 선수가 아니라,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셀럽들이 된 둘의 치열한 라이벌리를 알아보자.
Storyline -서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는 모두 유럽 정상급 유망주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스포르팅에서 포르투갈 최고의 윙어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성장한 호날두는 데이비드 베컴의 뒤를 이을 스타를 찾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에서 성장한 메시 역시 라 마시아 최고의 유망주로 알려졌다. 이 당시에는 세기말 최고의 선수들로 불렸던 호나우두, 지단 등이 정상에서 내려오고 호나우지뉴가 최고의 선수 자리를 차지했으나, 그 역시 방탕한 생활로 인해 빠른 몰락의 징조를 보였는데 그 자리를 급성장한 호날두와 메시가 노리게 되었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은 2007년이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각각 발롱도르 투표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나란히 세계 정상급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수상자는 정말 마법같은 한 시즌을 보낸 AC 밀란의 카카였는데, 사람들은 이 세 선수가 앞으로의 축구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카카는 그 때의 마법을 다시 보여주지는 못했고, 호날두와 메시가 축구계를 양분하는 구도가 되었다.
먼저 포텐셜을 터트린 것은 메시보다 두 살이 많은 호날두였다. 2007-08시즌 엄청난 활약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한 호날두는 당연하게도 개인 통산 첫 번째 발롱도르까지 석권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시즌은 메시의 해였다.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과정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메시 역시 호날두의 뒤를 이어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그리고 이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선수가 맞붙었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2-0 승리. 바로 전 시즌 호날두의 맹활약도 충격적이었는데, 그보다 더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호날두의 팀까지 꺾은 메시는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충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고 역사에 남을 경쟁 구도가 완성되었다. 호날두가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며 바르셀로나의 불구대천의 원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이다. 같은 리그에서 두 선수의 경쟁이 성사되었고, 두 선수 모두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며 이 라이벌리는 정말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게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오른발잡이 레프트윙 VS 왼발잡이 라이트윙. 유럽 최고 선수 VS 남미 최고 선수. 그야말로 이보다 더할 수 없는 경쟁 구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 시기 이 대결의 승자는 메시였다. 역대 최고의 왕조 중 하나로 꼽히는 당대 바르셀로나의 성공에서 메시는 중심에 있었고, 개인의 퍼포먼스와 기록, 우승 트로피까지 모든 부분에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발롱도르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업적까지 세웠다. 호날두 역시 본인의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으나, 메시에게 밀려 시대의 2인자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렇게 소위 말하는 '메호대전'은 메시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는가 했다. 호날두와 메시의 발롱도르 개수는 1-4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2012-13시즌,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메시를 뒤쫓았다. 이 수상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크나큰 논란을 낳았는데,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이끈 프랑크 리베리가 명분 상으로는 가장 앞서있었고, 호날두는 무관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호날두와 그의 팬들은 이 때의 수상으로 메시를 쫓을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 시즌의 성공으로 그 희망을 이어갔다. 2013-14시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라 데시마'를 이끌었고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다만 월드컵에서의 처참한 활약으로 인해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 번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을 받았으니 호날두 팬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2014-15시즌은 지난 두 시즌을 설욕하기라도 하듯이 완전한 메시의 해였다. 메시는 이전보다도 더욱 증가한 경기 영향력을 갖추며 완전한 축구의 신에 근접했고, 그 결과도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트레블이었다. 비록 호날두에게 라 리가 득점왕을 뺏기긴 했지만, 그 누구도 메시가 축구를 더 잘한다는 사실과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메시가 더 나은 커리어를 쌓았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더 밝았다. 축구를 완전히 통달해버린 메시와, 부상과 플레이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경기 영향력이 더 제한된 호날두를 비교하면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메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했다. 실제로 2015-16시즌부터 둘의 실력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러나 둘의 커리어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날두의 커리어가 더 쌓인 것과 별개로, 두 선수간 비교에서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호날두가 챔스 3연패라는 업적을 이룩하는 동안 메시는 3시즌 연속 8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호날두는 큰 경기에 강한 클러치 플레이어, 메시는 새가슴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또한 그동안 클럽에서의 활약에 비해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저조했던 두 선수였는데, UEFA 유로 2016에서 호날두가 소속된 포르투갈이 우승하며 호날두의 팬들은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도 호날두가 더 낫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메시는 계속된 코파 아메리카 우승 실패로 인해 국가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하며 호날두와 대조되는 이미지가 구축되었다.
2016년, 2017년 발롱도르도 호날두가 연달아 수상하며 개수가 5대5 동률로 맞춰졌다. 그리고 챔스 3연패를 완성하고 2018 FIFA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해트트릭까지 기록한 순간, 호날두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월드컵에서 부진해왔던 그동안의 세월을 씻어내는 활약이었으며,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도 커져갔다. 그리고 모두가 호날두의 2018 발롱도르 수상을 점쳤고, 이것은 호날두의 발롱도르 개수 역전이라는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호날두는 또 월드컵 부진을 이어나가며 16강에서 탈락했고, 대회는 프랑스의 우승과 크로아티아의 기적적인 준우승으로 마무리되며 발롱도르 경쟁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결국 호날두는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했고, 발롱도르 역전의 꿈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그 이후에는 사실상 호날두의 몰락과 메시의 재부상이나 다름없었다.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골 기록만 남기고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돌아갔으며, 거기서는 아예 팀 분위기를 망가트린 주범이 되었다. 그러나 메시는 갈수록 약화되는 바르셀로나를 부여잡고 원 맨 캐리의 정점을 보여주며 어떻게든 우승에 도전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국가대표팀에서의 메시도 그동안의 프레임을 파괴하는 맹활약을 보여주었다.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월드컵까지 우승을 이끌며 오히려 국가대표팀에 한정해서도 역대급 선수로 거듭났다. 이 기간 메시는 3개의 발롱도르를 추가하였으나, 호날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모두가 메시의 승리를 외쳤다.
두 선수의 말년은 어떠한가? 호날두는 사우디 프로 리그로, 메시는 MLS로 이적하여 축구 변방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이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것에 자신이 있는 메시는 옛 동료들과 느긋하게 축구를 즐기고 있는 반면에, 호날두는 이상하게도 메시에 대한 지나친 경쟁 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사우디 프로 리그의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고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호날두 본인도 메시와의 큰 격차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추한 모습이 본인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빨리 깨우쳤으면 좋겠다.
Status -위상-
두 선수 모두 다수의 매체가 뽑는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되었지만, 메시는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잇는 GOAT 레벨이라는 것이 정론이고, 호날두는 순위 변동의 폭이 큰 편이다. 그래도 호날두가 매체 선정이나 대중적인 인식에서 보통 10위권 안에는 들어오는 편인데, 여기에는 축구 역사상 최다골과 같은 골 관련 기록들의 영향이 크다. 단순한 골 수가 아닌 경기력을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은 호날두를 이보다 더 저평가하기도 하지만, 메시를 저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메시는 호날두에 비하면 저평가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Difference -차이점-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오른발잡이 레프트윙 VS 왼발잡이 라이트윙. 유럽 최고 선수 VS 남미 최고 선수. 이것으로 두 선수의 대결 구도는 설명이 끝나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세부적인 플레이스타일 비교로 가보겠다.
두 선수는 모두 처음에는 화려한 드리블을 장기로 삼는 윙어로 출발했다. 호날두는 초기에는 정발 라이트윙으로 성장했지만 주발과 반대쪽 사이드에 배치되어 더 많은 득점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 성향의 레프트윙으로 전향하며 기량이 만개했다. 메시는 처음부터 주발과 반대쪽 사이드에 배치된 인버티드 윙어 성향이 짙었다. 이때부터 두 선수에게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두 선수 모두 화려한 드리블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호날두는 개인기의 비중이 컸고 드리블을 통한 자기 과시의 욕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쁘게 말하면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반면 메시는 기본기만으로 상대를 무너트리는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을 했고 미드필더들과의 연계에 있어서도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바르셀로나의 팀 컬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 두 선수가 모두 어빌리티적인 최절정기에 도달했을 때는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있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더 진화했던 때이다. 그러나 이 때도 메시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호날두도 좌측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늘어나며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해냈으나 기존의 윙어 포지션을 벗어나서 펄스 나인으로서 최정점을 찍은 메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드리블을 통한 크랙 플레이와 슈팅을 통한 직접 득점에 모두 능했다는 것은 공통점이었으나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에서는 메시가 더 뛰어났다. 그나마 호날두는 피지컬적인 장점이 확실했지만, 이것을 자신의 득점을 위해 사용했지 팀 플레이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여기서 메시는 플레이메이킹을 비롯한 팀 플레이에 계속해서 눈을 뜨며 2014-15시즌과 같은 완전체 시즌을 보냈고 이후 신체능력 하락으로 인해 개인의 파괴력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축구도사로서 팀을 캐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골에 대한 욕심과 집착만 늘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드리블 능력을 상실한 이후에는 완전히 박스 안에서 골만 노리는 골게터로 변모했으며, 골게터로서 성공을 거두고 챔스 3연패라는 성과를 이룬 것은 고평가받을 만한 요소이지만 메시와 비교해서 축구 실력으로 동등하게 대접받고자 하는 것은 양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Who is winner? -결론-
당연하게도 메시의 손쉬운 승리이다. 애초에 선수 간 비교의 근간은 실력이다. 축구 실력에서 항상 메시가 호날두의 위에 있었으며, 그나마 호날두가 메시에 근접한 2인자 위치에 있었던 것도 커리어 초~중반에 한정된 얘기이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호날두가 골게터로 변신한 이후로는 더 이상 축구 실력으로 메시의 라이벌이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시기에는 실력에서 지더라도 우승을 많이 하여 메시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지만, 본인의 자랑거리였던 챔피언스리그 우승마저도 더 이상 이끌지 못하게 된 이후에는 메시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운 좋게 유로 1번을 우승한 호날두는 그 외의 족적을 남기지 못했고 오히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의 처참한 경기력으로 계속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메시는 자신을 제외하면 우승 후보로 불리기 어려운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를 연달아 우승하며 찬사를 받았다.
이제 더 이상 호날두와 메시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메시가 승자라는 것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라이벌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지만, 그래도 최고의 스타성을 가진 두 선수로서 엄청난 화제성을 남기며 경쟁해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 역대 최고의 라이벌리 시리즈에서 이들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츠 종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포츠 역대 최고의 라이벌리 TOP10 - 10위. 배리 샌더스 VS 에밋 스미스 『왕조의 별에 도전한 사자의 심장』 (0) | 2025.09.13 |
|---|---|
| [신규 컨텐츠 예고] 스포츠 역대 최고의 라이벌리 TOP10 (0) | 2025.09.13 |
|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 TOP10~1 (6) | 2025.08.16 |
|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구단 TOP10 (32) | 2024.11.10 |